[기자수첩]교과서라는데 교과서가 아닌 '이상한 책'

[기자수첩]교과서라는데 교과서가 아닌 '이상한 책'

이정혁 기자
2013.09.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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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를 민비로 낮춰 부르고 근로정신대와 위안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교학사는 도대체 어느 나라 출판사입니까. 이럴 바엔 차라리 한국사를 대입 필수로 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평소 한국사를 대입 필수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서울의 한 사범대 교수는 기자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진보나 보수와 같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사실 왜곡은 물론 오히려 친일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진보적인 역사학자들 사이에선 교학사 한국사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서술한 일본 후쇼샤 교과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교학사의 한국사는 교과서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서술하는가 하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오히려 한국어를 필수로 가르쳤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엉터리 내용을 그대로 베껴 넣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본의 한 언론은 최근 '한국 교과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게다가 조선과 명나라 공무역을 '조공무역'으로, 독립운동가 김약연 선생의 이름을 김학연으로 잘못 표기하기는 등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류투성이다.

이런 시각은 현대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비판 세력을 탄압했다는 내용보다 경제 성장을 이끈 부분만 부각해 특정 정권의 지도자를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제주 4·3사건' 사진의 출처가 충남 공주의 한 교회 홈페이지로 나오는 등 사료 수집 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함량 미달 교과서로 때 아닌 논쟁을 불러일으킨 집필진도 문제지만 이를 통과시킨 국사편찬위원회의 책임이 더 무거워 보인다. 위원회가 심의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직무유기를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곡절이야 어쨌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는지 해명이 필요하다.

교육 당국은 한국사 수능 필수화보다 잘못된 교과서가 학생들의 책가방 속에 담기는 일이 없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정부는 정말 이런 교과서로 국사 교육을 강화할 생각이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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