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도로명주소]포털사이트에서 성인인증 거쳐야 주소명 검색 가능한 현실

몇 년 전 선풍적 인기를 누린 TV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김삼순'은 자신의 이름이 싫어 개명을 하려한다. 이름이 촌스러워 항상 놀림감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희진'이라는 이름으로 개명을 신청한다.
우리 주변에 삼순이 같은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다. 2006년 개명신청이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에 개명 허가신청서를 낸 사람이 80만 7000여명에 달한다. 아예 신생아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소를 찾기도 한다. 많게는 수십만 원의 현금을 지불하면서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서다.
주소 역시 사람의 고유한 이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부터 새 도로명 주소를 쓰고 있지만 국민들은 새 주소의 사용을 주저하고 있다. 지역적 특색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지역 주민들에게는 낯선 황당한 주소들이 태반이다.
지역 유래를 따랐지만 우리말로는 거북한 이름(야동·사정길). 뜻을 알 수 없는 추상명사를 사용한 이름(힘찬·희망·자조길), 특정 기관이 이전하면 바뀌어야 할 이름(시청·도청길) 등 바꿔야 할 이름이 너무나 많다.
실제 경상남도 창녕군 고암면 계상리 471-3번지에서 845번지의 새 주소인 경상남도 창녕군 야동길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결과를 볼 수 있다. '야동'이 '야한 동영상'을 줄여 쓰는 인터넷용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얼마나 들었는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부적절한 도로 이름일지라도 일단 만들어지고 난 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새 주소에 사용되는 도로명을 변경하려면 고시된 지 3년이 지나고 해당도로를 사용하는 주민(주소사용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받기란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새 도로명 주소의 변경 취지는 빠르고 쉽게 길을 찾게끔 하자는 것이다. 도로명주소의 효율성을 따지기 전에 이용자들이 공감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일단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라는 식의 행정 편의주의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