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로만 '탈정치' 외치는 교육감 후보들

[기자수첩]말로만 '탈정치' 외치는 교육감 후보들

서진욱 기자
2014.05.16 14:27

지난 15일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의 대진표가 속속 정해지고 있다. 전국적인 후보난립현상이 빚어지면서 전날 등록한 후보만 49명에 달한다.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기간인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는 정책보다는 진영논리와 투표용지 기재순서 등으로 당락이 가려져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선거부터 투표용지에 후보명 순서를 바꿔가며 기재하는 '교호순번제'를 도입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 스스로 당선을 위해 진영논리에 기대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의 후보 공천이 금지된다. 때문에 교육감 후보들은 "정치로부터 교육을 지키겠다",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감이 되겠다" 등의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말들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정치적 성향별로 후보들을 구분해 보수 또는 진보 진영의 단일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대다수 후보들도 단일화라는 대원칙에 동의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관철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온갖 잡음 탓에 '네거티브 선거전'이 벌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경선조차 치르지 않고 단일후보를 추대하는 세력마저 등장했다.

교육감 후보들의 출판기념회와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 행사에서 특정 진영 또는 정당의 주요 참석인사를 소개하는 건 매우 중요한 '필수 코스'다. 이들은 축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지지선언을 하는 게 다반사지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던 후보들은 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다.

'탈정치'를 외치는 교육감 후보들이 '단일후보'라는 타이틀에 집착하고, 특정 정당의 지지를 은근히 홍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정 세력의 대표자로 선출된 교육감이 과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상급식, 혁신학교 등 주요 현안마다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편향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감 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인정하면서 상대 진영의 논리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후보를 기대하는 건 이상적인 생각인 걸까. 또다시 우리는 교육을 앞세운 정치선거를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서진욱 기자

묻겠습니다. 듣겠습니다. 그리고 쓰겠습니다. -2014년 씨티 대한민국 언론인상 경제전반 으뜸상(2020 인구절벽-사람들이 사라진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