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지하철' 만드는데 요금 더 낼 용의 있나요?"

"'안전 지하철' 만드는데 요금 더 낼 용의 있나요?"

김희정, 기성훈 기자
2014.05.22 06:51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1부>"안전은 투자다"]<1-2>재투자 여력 갉아먹은 低운임·무임손실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안전'에 대한 기본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안전'에는 둔감했다. 안전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가치란 인식이 사회 구성원 사이에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일터에선 9만2000명이 재해를 당했다. 이중 2100여명이 사망했다. 희망과 꿈을 일궈야 할 일터에서 매일 250여명이 다치고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연간 18조원이 넘는다. 이 모든 게 '안전'이 비용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인식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물질적인 것들을 뛰어넘어 문화적으로도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행복한 가정과 번영하는 기업, 풍요로운 사회를 위해 '안전'이 복지체계로 정착돼야 한다. 선진 복지문화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야 만들어진다. 머니투데이는 '안전'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안전이 복지다'란 기획을 마련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부터 우리 생활속 작은 부문까지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서울지하철 2호선(서울메트로) 상왕십리 역내 전동차 추돌사고, 경기 군포시 지하철 4호선(코레일) 금정역 전기절연장치 폭발….

도심 곳곳에서 지하철 사고가 잇따르자 그동안 안전투자를 등한시한데 따른 사회적 비용을 뒤늦게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탓하며 안전투자를 미룬 사이 도시철도 노후화가 시민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게 방치됐다는 목소리다.

늦춰진 노후시설 재투자를 서둘러야 하지만 문제는 다시 비용이다. 기본요금이 운임원가에 못미쳐 해마다 적자가 쌓이는데도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인 '무임승차' 비용까지 고스란히 부담하면서 시설투자 여력을 상실했다는 의견이다.

◇달릴수록 적자, 노후시설 재투자 역부족

지난 9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지하철 10대 개선대책'에 따르면 오래된 차량을 새 것으로 바꾸고 노선별로 운영되는 관제소를 하나로 통합하는데 총 1조693억원이 필요하다. 노후화가 심한 1~4호선에 21년 이상된 노후차량은 802량으로 전체의 41%에 달한다.

내진성능이 없는 1~4호선내 교량과 일부 터널구간을 보강하는데도 2016년까지 2751억원이 필요하지만 국비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는 2호선 추돌사고 이후, 국비 지원이 안되면 지방채와 공사채라도 발행해 관련 비용을 반반씩 부담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으나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2일 지방공기업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7개 지하철 운영기관의 지난해 순손실은 801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서울시 양 공사의 순손실만 4172억원이다. 같은 기간 부산교통공사도 130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재정상황이 이러니 차량교체는 물론이고 전기, 신호, 궤도, 통신 등 기술분야 시설물 재투자가 될 리 없다. 1~4호선 본선구간(116.5㎞)은 당초 내년까지 1조3552억원규모의 시설을 개량하기로 했지만 부채증가로 인해 외부차입이 막히면서 사업이 지연돼왔다.

지자체마다 지하철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는 운임수입이 운송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원가를 구간 승차인원(11억1316만9000명)으로 나눈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1089원으로, 평균 운임 805원(무임승차, 청소년 요금 포함)보다 284원이나 높았다. 승차인원 1인당 284원의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부산교통공사 역시 지난해 1인당 수송원가가 1623원(2013년 감사보고서)으로, 기본 운임 1200원(어른, 교통카드 기준)보다 423원이 높다.

그나마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말 기본 운임을 기존의 11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하면서 상황이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무임승차 등을 감안하면 부산지하철 역시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 기본운임은 10년간 두차례에 걸쳐 31% 올랐다. 2004년 800원에서 2007년 900원, 2012년에는 1050원으로 올렸으나 운송원가와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서울메트로 측은 보전운임 1420원에 맞추려면 기본요금을 370원 인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장 운임요금 현실화가 절실하지만 지하철 요금인상을 지지하는 시민은 4%(매킨지·삼일회계법인 컨소시엄 설문결과)에 불과하다.

한 지하철 운영기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다는 건 모두 인정하지만 요금 현실화는 쉽지않은 문제"라며 "안전을 원하지만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는데는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시설투자도 못하는데 '무임승차' 정책에 출혈

전문가들은 도시철도운영기관의 고질적 적자 이유를 낮은 요금과 함께 무임승차 손실에서 찾고 있다. 중앙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복지정책으로 지하철 운영기관의 재투자 여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개 도시철도운영기관 지하철을 이용한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 무임수송 인원은 3억6100만명. 이는 지난해 전체 지하철 이용승객 23억1400만명의 15.6%에 해당한다. 이들의 무임수송 손실비용이 412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7개 지하철 공사의 연간 순손실의 절반을 웃돈다.

특히, 서울은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지하철 무임수송 인원은 2억4100만명으로, 전체 이용인원 17억8700만명의 13.5%를 차지했다.

무임손실금은 2792억원으로 당기순손실(4172억원)의 약 66.9%에 달했다. 국비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적자액을 고스란히 서울시가 떠안았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지하철 운영기관의 적자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점이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도시 철도망이 광역화되면서 오는 2017년 무임수송 손실이 250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지하철 운영기관 관계자는 "무임수송 인원은 매년 약 3%의 증가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전체 무임수송인원의 약 70%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임무임 승차비율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평가 연계해 무임손실 보전해야"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재정적자로 안전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이제라도 무임승차 손실액을 정부가 교통시설 특별회계로 보전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임승차제가 정부 복지정책에서 시작된 만큼 무임수송 손실비용을 정부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1·3·4호선을 공동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무임수송 손실비용을 정부로부터 보전받고 있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노인과 장애인 복지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정분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임손실에 대한 보전을 경영 평가와 연계한다면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손실보전에 대한 의구심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소득세법 상의 경로우대(70세 이상)처럼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독일, 네덜란드, 미국, 덴마크 등 해외에서는 전액할인 대신 30∼50%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적자 때문에 지하철 노후시설 투자를 뒤로 미룬 건 (안전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도 선택한 것"이라며 "무임승차비용 보전이나 연령상향, 무임 대신 할인적용 등 대안은 있지만 결국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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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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