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오후 5시 중앙대 정문 앞 광장에는 100여 명이 넘는 학생과 교수가 모였다. 이 학교 교수협의회가 주관한 토론회를 보러 온 청중들이었다. 토론회 주제는 '위기의 한국대학, 현 시기 대학개편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행사는 본래 중앙대 R&D 센터 3층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본부 측이 갑작스럽게 강당 대여를 불허하면서 장소가 변경됐다. 주최 측이 제작한 토론회 자료집은 길바닥에 나앉은 학생들의 방석이 됐다.
이날 노천 토론회는 현 중앙대 사태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줬다. 학교 운영 체제를 학부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중요한 결정에, 중앙대 구성원인 학생과 교수가 개입할 수 없었다.
중앙대가 구조개편을 서두르는 이유에는 대부분 동감한다. 학령 인구가 줄고 있으며 대학 역시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다수의 대학이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돌아서는 추세에 중앙대의 구조개편안이 역행한다는 점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의도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는 과정과 방법에 있다. 학내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을 발표한 2월 26일 이후 몇 차례의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부 세칙을 수정한 것이 중앙대가 한 노력의 전부다. 중앙대 한 교수는 "나도 본부 측 사람이지만 이번 결정은 솔직히 밀실 행정 맞고 계획안을 학내 구성원에게 발표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열면서 반발을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말 구조개편안을 담은 학칙개정안이 공고된 후에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중앙대 학생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2차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2주 동안 학생 3007명으로부터 개편안 반대 서명을 받아 총장실에 전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본부 측은 교수와 학생의 대자보를 모두 철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앙대는 2010년 4월 10개 단과대 46개 학과(부) 체제로 전환될 때도, 2011년 가정교육과가 폐과될 때도, 2013년 비교민속·청소년·아동복지·가족복지 전공이 없어질 때도 일관된 태도를 취했다.
물론 본부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다. "여러분 대학이나 개혁하세요.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될 거니까요!" 토론회 당일, '중앙대를 사랑하는 학생일동'이 학교 201동 건물에 내건 현수막 문구였다. 인하대, 경희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복수의 대학 교수들이 토론회 패널로 참여하자 이를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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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에게 다시 묻고싶다. 교수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성장한 대학이 초일류가 될 수 있을까. 성역 없이 자유로워야 할 대학이,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만 한다면 건전하게 자립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