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유령도시'였던 평택 가보니…"버스 꽉 찼어요"

메르스 '유령도시'였던 평택 가보니…"버스 꽉 찼어요"

이영민 기자
2015.07.12 17:00

5월20일 메르스 첫 발병 뒤 한달반 지나…발병 뒤 처음 찾은 평택, 주말맞아 북적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외부(위), 내부 모습./ 사진=이영민 기자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외부(위), 내부 모습./ 사진=이영민 기자

“자리 없으니 다음 버스 타세요.”

11일 오후 4시30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경기도 평택으로 가는 버스는 만원이었다. 불과 한달 전 남부터미널에서 평택행 버스를 탄 친구가 “지금 버스 안에 나 포함 4명밖에 없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콜록, 콜록’ 서울 낮기온이 36도까지 오른 올들어 가장 무덥다는 날이어서 그런지, 버스 에어컨 바람에 기침이 났다. 괜히 눈치가 보여 옷깃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출퇴근 시간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서 기침이나 재채기 한번 하면 앞사람이 홍해바다처럼 갈라진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날 일이었다.

한달 반만에 고향 평택을 찾았다. 5월20일 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환자 발생지가 평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로 처음이었다. 대학 입학 후 평택을 떠난 뒤로 지금까지 한달에 한두번은 꼭 집에 들렀었지만 최근 두어달 사이 동안은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집에서도 오라하지 않았고 ‘일 있으면 내가 올라가마’하고 부모님이 못박곤 하셨다. 그리고 그 사이 어머니가 한차례 올라오셨었다.

유령 도시가 됐다던 평택은 다시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버스터미널과 평택역은 사람들로 붐볐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내 여기저기 걸린 메르스 관련 현수막만이 메르스의 흔적을 알렸다.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이영민 기자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이영민 기자

평택역 광장에서 거리 공연이 진행 중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서 노래를 감상했다. 남자친구와 공연을 보던 대학생 홍모씨(22)는 “메르스 걱정 안 한지 2주는 된 것 같다”며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밖에 돌아다니기 좀 무서웠는데 이제는 사람 많은 곳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평택역 내 AK백화점은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 친구, 연인들로 북적였다. 백화점 가방 판매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오모씨(54)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아직 메르스 이전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성모병원 모습./ 사진=이영민 기자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성모병원 모습./ 사진=이영민 기자

메르스의 첫 진원지 평택성모병원을 찾았다. 병원 입구과 진입로 양쪽에는 각종 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보낸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외래진료 출입문 옆에는 “본원은 6월17일 집중관리병원에서 해제돼, 정상진료를 시작합니다”, ”훈증소독(멸균소독)’을 실시해 안전하고 깨끗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병원은 한산했다. 병원 입구에는 선별진료소(선별소)가 세워졌다. 마스크를 쓴 직원 2명이 환자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병원 로비에는 환자 2명만이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병원의 고요함 속에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만 도드라졌다.

11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이마트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진=이영민 기자
11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이마트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진=이영민 기자

토요일 저녁 이마트 평택점에서는 메르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온 부부, 유치원생 자녀와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가득했다. 메르스 발병 후 잠정 중단됐던 시식 행사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시식대에 올라온 신제품 과자를 손으로 집어먹었다. 부모들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이들이 있었지만 그건 메르스 발병 이전에도 착용하고 있었던 시식.조리코너의 판매사원들 뿐이었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마트를 찾은 직장인 최모씨(44)는 “이제 평택에서 메르스 걱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아이들도 학교 잘 다니고 있고 몇 주 전부터는 이렇게 같이 주말 나들이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 코트에서 딸과 식사 중이던 주부 정모씨(55)는 “6월에는 마트 오기가 무서워 인터넷으로 장을 봤다”며 “뉴스를 보니 이제 안심해도 되는 것 같아 오랜만에 마트에 왔는데 사람들이 꽤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뒤이어 가족들과 찾은 식당도 메르스 이전 여느 때와 똑같았다.

12일 현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격리 인원은 지난 5월 30일 수준인 500명 밑으로 감소했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총 1만6197명으로 하루 동안 29명 증가했다. 확진자는 7일째 발생하지 않아 186명을 유지 중이다. 사망자도 며칠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치료 중인 환자는 20명에 달한다. 그 중 5명은 인공호흡기 등을 차고 있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다.

평택 시민들에게 오뉴월은 잊고 싶은 기억이었을 것이다. 12일 오전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는 여느 때와 꼭 같았다. 땅끝 부산에서(또는 목포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기차 노선에서 평택은 몇분간 머무르는 정차역 정도다. 누군가에게는 이겨내고 싶은 현실이고, 잊고 싶기도 한 시간들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 속에 쭉 뻗은 기차 레일처럼 그렇게 삶은 지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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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국제부에서 세계 소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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