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묘목특구 활기 잃고…수확철 농민들 긴 한숨
"고립과의 싸움보다 하나되는 공동체정신으로 극복해야"

(옥천=뉴스1) 장인수 기자 = 충북 옥천나들목을 빠져나가 4번 국도를 달린다. 옥천에서 영동 방향으로 10분 남짓 가다 보면 이원면 이정표가 나온다.
옥천군 이원면 인구는 3월 말 기준 4248명이다. 옥천읍 다음으로 큰 동네다. 옥천군의 최남단으로 묘목단지로 유명하다. 경부선철도 이원역과 지탄역이 있다.
3·1운동하면 천안 아우내 장터가 떠오르지만, 옥천에도 독립운동의 외침이 있었던 이원역 앞에는 '기미삼일운동기념비'가 있다.
1919년 3월 27일 이원장터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들불처럼 번져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묘목과 과일의 고장, 숭고한 조상의 얼이 깃든 이곳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어 닥쳤다.
지난달 27일 대전 105번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을 받은 30대 남성의 직장이 옥천군 이원면에 있다.
이 30대 남자는 직장 동료 10명과 접촉했다. 이 중 옥천에 사는 30대 남성이 코로나19 진단검사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옥천군 1번 확진자가 된 것이다.
이 남성이 야간에 이원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힌 이유다.
기자는 30일 오후 차량을 이용해 이원면 소재지를 둘러봤다.
이원면 소재지의 옛 정겨웠던 거리풍경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거리에서는 어르신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간혹 지나는 행인은 마스크를 쓴 채 어디론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농촌의 여유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건물 외벽에 걸려 있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가늠하기 충분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알리는 현수막도 그랬다.
전국에서 유일한 묘목산업특구인 이 지역에는 묘목농원만 70여 곳에 달한다. 하지만 묘목농원 곳곳은 문이 닫혀 있었다. 묘목을 찾는 사람도 없었다. 묘목거리 한쪽에 위치한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활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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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철이 지난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여파가 크다는 게 농원 관계자의 귀띔이다.
지난 3월 이 곳 일원서 해마다 열었던 옥천묘목축제도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군과 축제추진위가 내린 결정이었다. 1999년부터 축제를 열어 오면서 구제역 사태 이후 두 번째다.
전국 묘목 70%를 유통하는 이 곳이 코로나19로 생기를 잃은 듯해 마음이 착잡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묘목 손질을 하고 있는 한 농민을 만났다. 10여 년째 묘목 재배를 하고 있다는 그는 "먼 거리에 있는 줄만 알았던 코로나19가 지역에서 발생해 안타깝다"며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수익은 없고 영농비용은 늘어 이래저래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옥천지역 복숭아 재배농가는 1120곳 정도다. 면적은 456㏊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이원면에 몰려 있다. 생산량도 절반에 달한다.
시설재배 복숭아 수확은 이미 시작됐다. 노지 복숭아는 이달부터 수확을 본격화한다. 수확하는 일손이 문제다. 예전 같으면 마을단위 인력과 외국인 일손을 구해 수확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 확진 지역이 되면서 일손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
복숭아 재배 농민 이모씨(68)는 "복숭아는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일손 구하기가 그 어느때보다 힘들어 수확과 판로 개척이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옥천군이 코로나19 예방 활동과 함께 농가의 현실도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적절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을 이원면 건진리 쪽으로 돌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업체가 있는 공단을 둘러봤다.
공단 초입부터 적막감이 감돌았다. 10명이 근무했던 중소업체는 폐쇄 조처로 문이 잠겨 있었다. 주변 공장에서도 기계음은 들리지 않았다. 근로자도, 제품 운반차량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공단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불신과 불안, 고립과의 싸움보다 하나되는 공동체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현장 탐방을 마치고 눈을 감았다. 시끌벅적했던 이원묘목 축제장 모습을 그려봤다. 지역민과 근로자들이 함박웃음 지으며 함께 했던 그 날이 다시 올 것이란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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