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학 죽이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기고] '사학 죽이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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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0 06:10

학교법인 토지에 지방세 부과하겠다는 정부

김성일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창문여고 원로교사) © 뉴스1
김성일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창문여고 원로교사) © 뉴스1

(서울=뉴스1)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창문여고 원로교사)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정부의 진두지휘와 국민의 헌신적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방역 모범 국가로 발돋움했다.

특히 학교 방역의 우수성은 그 어느 국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데, 이는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였던 교원의 자발적 노력은 물론이고 학생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이해와 참여도 큰 힘이 됐다.

교육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케이팝(k-pop)을 비롯해 세계적인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기까지 그 밑바탕에는 항상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이념과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작용했다. 1895년 2월2일, 고종이 조칙으로 발표한 '교육입국조서'에는 "국가의 부강은 국민의 교육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담았으며, 이후 한반도에는 근대적 교육 체제가 만들어졌다. 사학(私學)은 실로 대한민국 모든 신화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런데 국가 건설자였던 사학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행정안전부가 2019년 4월 '지방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그동안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1995년 12월31일 이전에 소유한 학교법인의 수익용 토지에 지방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사학은 반발했다. 급기야 당국은 2020년 5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고 합산 과세도 5년간 20%씩 나눠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향후 신규로 취득한 토지에 대해서는 취득 시점부터 합산해서 과세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사학 죽이기'는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사학'의 존립 근거와 건학 이념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공공성'만 앞세워 경영권은 물론이고 자주성까지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이후 불과 십수 년 만에 사학은 자신의 운명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행안부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름을 쏟아부은 꼴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사학 의존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사학이 없었다면 지금의 국가-상(像)도 없다고 단언해도 될 만큼 그 중요성과 파급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정부는 사학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공성만 강조한 나머지 통제와 규제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 주도의 반(反) 사학적 발상은 국가 건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사학의 선배들의 고귀한 창립 정신마저 부정하는 게 아닐까.

학교법인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법인과 차원이 다르다. 학교법인의 수익 중 80%를 교육에 전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지방세를 부담시키는 것은 학교 문을 닫으라는 얘기일 뿐이다. 결국 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 보유 토지를 국가에 몰수당하는 영세 사학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과거 국가 재정이 넉넉지 못하고 관학으로는 늘어난 학생 수를 감당할 수 없어 사립학교 설립을 적극 유치하더니 돌연 얼굴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이 법이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거나 법률적 상치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겠다.

사학은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끝이다. 사학은 사유재산 제도와 교육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에서만 존립이 가능하다. 사학의 성공 여부는 자유민주주의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말이다. 만일 정부가 학교법인에 지방세를 계속 강제한다면 세금에 허덕이다 궤멸할지 모른다. 정부는 이 법령을 즉각 폐지하고 사학의 재정 건전성부터 높여라. 그것에 K-교육의 성패가 달려 있다.

김성일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창문여고 원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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