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서울시가 시민 1명당 연간 '종량제봉투 1개 분량'을 줄이는 '생활폐기물 다이어트 천만 시민 실천 프로젝트'를 이달부터 추진한다고 밝힌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환경자원센터에서 근무자들이 재활용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1.26. dahora83@newsis.com /사진=배훈식](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1/2026012622351562013_1.jpg)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전면 금지 시대가 열렸다. 이 정책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소각·자원회수 인프라 확충을 전제로 한 폐기물 처리 체계의 구조 개편이다. 그런데 서울 마포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 국비 약 5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외면한 채 정치적 성과로 포장된 결정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서울에서는 하루 약 3000t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한다. 기존 소각시설의 노후화와 처리 한계를 감안하면, 하루 1000t 규모의 소각 용량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이를 '0원'으로 만든 결정은 직매립 금지라는 국가 정책을 공중에 띄워 둔 채, 쓰레기 대란이라는 위험을 다음 단계로 미뤄 둔 도박에 가깝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 사업비 중 국비 5억원 전액 삭감이 요청됐고, 그대로 통과됐다. 더 큰 문제는 이 삭감이 여당 소속 지역구 의원에 의해 '지역 민원 해결 치적'으로 자랑됐다는 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에서는 "마포 주민의 요구를 관철했다", "지역 민원을 해결한 성과"라는 말이 반복됐다. 국비 예산이 사라지면서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갈 곳 잃은 수도권의 쓰레기는 지방으로 향하고 있다.
이 사안을 '주민 반대 vs 국가 정책'의 단순 대립 구도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 상암동과 마포 일대 주민들이 느끼는 불신과 피로감은 현실이다. 환경기초시설이 반복적으로 집중돼 왔고, 입지 결정 과정은 일방적이었으며, "안전하다"는 설명은 신뢰로 이어지지 못했다. 아무리 필요하더라도 주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프라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민 반대 자체를 폄훼할 수는 없다.
현재 부족한 것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이 해야 할 역할이다. 갈등의 원인을 줄이고 신뢰를 쌓기 위한 제도 설계는 실종된 채, 예산 삭감이라는 가장 쉬운 선택만 남았다. 오세훈 시장도 이 결정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직매립 금지 이후 쓰레기 처리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다.
해외 사례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 빈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주민 참여형 운영과 난방·전력 공급이라는 실질적 편익을 결합해 '혐오시설'을 도시 자산으로 전환했다. 스위스 취리히는 주민의 운영위원회 참여, 배출 기준 초과 시 가동 중단 요구 권한 등이 보장됐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설계·권한·보상의 구조 개선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치적 정치'로 돌아오는 것은 더 큰 위기뿐이다. 직매립 금지 이후 소각 용량 부족은 이미 원정 소각과 처리 수수료 폭등으로 이어졌다. 예산 삭감은 결국 서울 시민과 타 지역 주민 모두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지방 소각장에 서울 쓰레기 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역구 의원이 자랑했어야 할 것은 '마포 민원 해결'이 아니라, 주민 참여형 감시·운영 구조, 지역 환원과 권한 보장, 서울 전역 책임 분산 로드맵과 같은 대안 설계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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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매립 금지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지역 치적 정치는 순간의 안도감 대신 더 큰 위기를 남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예산 삭감 자랑이 아니라, 주민 수용성과 국가 책임을 동시에 담아낼 제대로 된 해법이다. 갈 곳 잃은 쓰레기가 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