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한달살기 등 체류형 방문↑-'생활인구' 확대 속 재방문 전략 주목

직장인 김모씨(34)는 최근 강원 영월에서 '워케이션(일·휴식 병행 근무)'을 시작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촬영지를 찾았다가 며칠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체류를 연장했다. 김씨는 "주말마다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택근무가 많아 일단 영월에 머물며 일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사남의 흥행 열풍이 촬영지인 강원 영월군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단순 방문을 넘어 '한 달 살기', '워케이션' 등 일정 기간 머무르는 새로운 방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화 등 콘텐츠 흥행에 따른 기존 관광은 유명 장소를 훑고 지나가는 '단순 관광'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촬영지를 접한 방문객들이 일정 기간 머무르며 지역의 일상을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뚜렷하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단종의 유배지와 능이 있는 영월군은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으로 대표적인 지방소멸 위험 지역 중 하나다. 이에 정부는 실제 거주 인구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에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르며 생활하는 사람까지 포함한 '생활인구' 확대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는 물론, 관광·업무·휴식 등을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해 일정 시간 이상 머무는 '체류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와 거주 외국인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단순히 서류상의 인구를 늘리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지역과 실질적인 접점을 갖는 인구를 늘려 지역 활력을 되찾겠다는 취지다.

영월군의 사례는 콘텐츠를 통해 높아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다시 찾는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억지로 정착을 유도하기보다 반복 방문을 통해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팬덤형 지역' 전략이 인구 소멸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억지로 붙잡기보다 다시 찾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콘텐츠를 계기로 형성된 방문 수요를 반복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실제 장기적인 인구 증가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역 내 일자리와 교육·의료 등 기초 인프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시적인 체류가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지방 관광지들이 방문객 증가에도 인구 감소라는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관광지를 넘어 '실제로 살아볼 만한 지역'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영화 흥행으로 늘어난 수요도 일시적 유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이제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영화 흥행으로 방문객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곧바로 지방소멸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거주 인구 확대는 장기적인 과제로 우선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활인구 증가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속 가능성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