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정책 소통합시다]빚 없이 건전 재정, 교육·보육·주거 등 도전적 정책 성과 자부심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지난 12년간 화천군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은 마치 사진처럼 가슴에 남아 있을 겁니다.”
최문순 강원 화천군수는 지난 4월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화천 출신의 최 군수는 초임 공무원 근무 때부터 50년 가까이 화천을 지킨 ‘토박이’이자 ‘화천 전문가’다. 최 군수는 2023년 암 선고를 받고도 산천어축제 현장을 누볐을 만큼 화천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이 있다. 민선 6·7·8기 화천군수로 군민의 선택을 받은 그는 지자체장 3선 초과 연임 제한에 따라 군수로서의 마지막 임기를 보내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최 군수와 12년 임기 동안의 소회를 나눴다.
최 군수는 지난 임기 동안 군 안팎으로 다양한 변화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접경지역인 화천군의 지리적 특성상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른 사건들이 발생해서다. 그는 “전쟁의 공포로 주민들이 대피소 생활을 하기도 했고, 국방 개혁에 의한 부대 해체로 지역 상권이 위협받았던 일도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최 군수는 2021년 국방부가 접경지역 농가의 군납 농산물 경쟁입찰 변경을 발표할 당시 농업인들과 투쟁을 하기도 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고장’ 위해 교육·돌봄에 방점

화천의 지리적 특성과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최 군수는 ‘아이 기르기 좋은 고장 만들기’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초선 군수로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교육복지과 신설이었다. 최 군수는 “2014년에는 행정을 담당하는 지자체에 교육복지 전담 부서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2500억원이 투입되는 10개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담당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도 이 로드맵에 따라 약 130개 사업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군은 화천군 인재육성재단을 설립해 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비 지원이다. 군은 2014년부터 전국 최초로 대학생 자녀에게 등록금 실납입액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지역에 부모가 3년 이상 거주하기만 하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원한다.
세계 100대 대학 신입생 및 재학생에게는 부모의 납부 소득세 규모에 따라 학비와 기숙사비 등 특별 지원금이 제공된다. 아울러 부모가 군에 거주지를 둔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들을 위해 월 60만원 한도 내에서 원룸, 기숙사 등 거주비 실비를 100% 지급하고 있다.
군은 공공기숙형 학원인 ‘화천학습관’에서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한다. 선발시험을 통해 입교생을 선발하고, 전국 최고 수준의 강사를 초빙해 학생들을 지도하게 한다. 최 군수는 “군의 교육정책이 알려지자 매년 지역 내 중학교 졸업생보다 지역 고등학교 입학생 수가 많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외지에서도 관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전입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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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군수는 임기 동안 돌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지만 출산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군은 2024년 전국 최초의 지자체 주도 온종일 초등 돌봄 시설인 ‘화천커뮤니티센터’를 건립했다. 이곳에서 돌봄이 어려운 가구의 초등 1~2학년에게 온종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돌봄과 더불어 교육도 이뤄진다. 원어민 교사 1명, 내국인 교사 1명 등 두 명의 담당 선생님이 영어와 독서, 문해력, 창의교육 등을 진행한다. 이 밖에도 초등 3~6학년의 방과후교실, 화천군 영어아카데미, 독서실 등을 운영하며 지역 학생에게 더 나은 학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군은 지난 4월 사내면에 ‘교육커뮤니티센터’ 건립에 착수했다. 최 군수는 “지자체 주도의 온종일돌봄센터 운영으로 선도적 돌봄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군민의 자부심 된 산천어축제…글로벌 콘텐츠로 승부

화천군의 이름을 전국에 널리 알린 계기는 ‘화천산천어축제’다. 2003년 시작한 이 축제는 국내 겨울 축제 중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글로벌 축제’가 됐다. 2024년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겨울축제 중 가장 가봐야 할 축제로 화천산천어축제를 꼽았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외국 관광객이 축제장을 찾는다. 최 군수는 “스키와 스노보드 위주의 겨울철 레저문화가 얼음낚시로 확대되는 데 산천어축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축제에 뒤이어 수많은 얼음낚시 축제가 생겼고, 국내 내수면 어업까지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최 군수는 “외부 전문 기관은 이 축제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직접 경제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축제장에서 지역 농특산물 판매가 줄을 잇고, 지역의 대학생과 주민은 겨울철 단기일자리를 얻는다.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으로 지역 소상공인은 축제 기간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은 축제 때 사용할 산천어통을 1년 내내 만들 만큼, 축제는 화천의 1년 농사로 자리매김했다.
최 군수는 무엇보다 축제가 지역민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군민이 ‘내 축제, 우리의 축제’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는 “축제가 주민들에게 ‘자긍심’과 ‘단합의 열쇠’로 작용한다”며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주민이 매년 2000명 이상일만큼 군민의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화천산천어축제가 글로벌 축제로 자리매김한 요인으로 ‘콘텐츠’를 꼽았다. 얼음낚시에만 국한하지 않고, 세계 겨울축제의 재미를 화천에서 찾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산천어축제에는 중국 하얼빈 ‘빙등제’의 축소판인 실내 얼음 조각 광장, ‘삿포로 눈축제’가 생각나는 거대한 눈조각 작품, 캐나다 ‘윈터카니발’이 연상되는 흥겨운 선등 거리 페스티벌 등이 있다. 최 군수는 “멀리 가지 않고도 화천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점이 화천산천어축제를 글로벌 축제로 성장시켜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에 활력 불어넣는 파크골프 최근 화천을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로 부상한 것이 파크골프다. 파크골프는 골프에 비해 장비가 간소하고, 비용 부담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고령층에서 유행했던 파크골프는 점차 중장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군은 2021년 하남면 거례리에 ‘산천어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이후 현재는 18홀 규모의 4개 구장을 운영 중이다.
최 군수는 파크골프 열기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사시사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어서다. 그 결과 화천에서 5개의 국내 최고 수준의 메이저 대회가 열린다. 최 군수는 “화천이 ‘파크골프의 수도’로 불리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대회”라고 설명했다. 매년 2~3월 ‘전국 파크골프 시즌 오픈 대회’를 시작으로 △5~6월 ‘전국 부부(가족) 파크골프 대회’ △7~8월 ‘암 극복 건강 파크골프 대회’ △9~10월 ‘산천어 파크골프 페스티벌’이 이어진다. 10~11월에는 ‘전국 파크골프 왕중왕전’이 열린다.
대회기간엔 전국 각지의 동호인들이 화천을 찾아 지역경제에 파크골프 특수가 나타난다. 최 군수는 “대회별 우승상금이 타 지역의 대회보다 크고, 참가 인원도 2000여 명 이상인 경우가 많아 파크골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현재 4개 구장에 더해 2개 구장이 곧 문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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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 군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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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좋은 고장’ 만들기를 위한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경제적 부담 없이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군은 ‘교육·돌봄·주거’를 결합한 지원 정책을 펼쳤다.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공공기숙형 학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대학 입학 시 부모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등록금을 지급했다. 온종일 초등 돌봄 시설인 ‘화천커뮤니티센터’를 선제적으로 설립해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영어와 독서, 문해력 교육 등도 병행했다. 주거에 대한 고민을 덜어드리기 위해 신혼부부 임대주택을 추가 건립하고, 최소 5년간 보증금과 월 임대료의 90% 이상을 지원했다.
-학생들이 화천을 넘어 세계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지난 1월 9일 화천산천어축제 현장 점검 보고회에 참석한 최문순 화천군수언제나 학생들에게 ‘마음은 화천에, 꿈은 세계로’라는 말을 해주곤 한다. 해외로 나가 큰 꿈을 품고 돌아오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세계 100대 대학 소재지 어디라도 방문할 수 있다. 초등학생은 뉴질랜드, 중학생은 영국 옥스퍼드 지역으로 어학연수를 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대부분의 경비는 군이 부담하고 있다.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기 위해선 ‘보금자리’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정책은
▶새도 둥지가 있어야 알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지원책이 좋아도 머물 공간이 없으면 의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화천 군민이나 화천에 터를 닦고 싶은 분들에게 양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군은 자체적으로 총 2344억원을 투입해 750세대의 공공 임대주택과 택지개발을 진행 중이며, 현재까지 250세대를 준공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실버주택 120세대 △마을정비형 공공임대주택 120세대 △신혼부부 임대주택 10세대 등이 있다.
-특히나 신혼부부가 느끼는 주거 부담이 크다. 이에 대한 지원책이 있다면
▶신혼부부 임대주택의 경우 최초 5년간 보증금의 90%, 월 임대료의 90% 이상을 군이 지원한다. 자녀를 출산하면 거주 기한이 5년씩 연장돼 최장 30년 거주할 수 있다.
-산후조리원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했다고
▶2022년 공공산후조리원 개원 이후 지난 2월까지 산모 374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이 중 화천군에서 출산한 산모는 430명으로, 전체의 90% 이상이다. 군은 1년 이상 화천에 주민등록을 둔 군민에게 2주 이용료인 180만원 전액을 지원한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산모 회복 지원뿐만 아니라 △신생아 목욕법 △모유 수유 교육 △산모 요가 △산후우울증 상담 △응급처치 교육처럼 육아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민간 못지않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9월 말까지 예약이 완료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에 재정적 무리가 따를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했는지
▶우리 군은 채무가 없는 지자체다. 2015년 98억원의 지방채를 조기 상환한 후 현재까지 지방채 발행 없이 건전 재정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 일회성 지출을 줄이는 등 지방의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경우, 정부의 공모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화천 하면 ‘산천어축제’를 빼놓을 수 없다. 축제 기획 단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보다도 ‘안전’을 강조했다. 안전이 성공 비결이자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기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축제이기에 안전에 더욱 신경 쓴다. 지난 1월 진행된 축제의 개막일부터 비와 눈, 강풍이 이어졌다. 군은 흥행보다 안전을 택해 입장 인원을 줄이고, 물이 고인 얼음판 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전면 중단했다. 단기 흥행만 놓고 본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군이 안전을 얼마나 고려하는지 관광객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군이 자랑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파크골프’다. 화천 파크골프장의 매력은
▶화천의 파크골프장은 대부분 북한강을 끼고 있어 수려한 풍광을 보며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타 구장에 비해 코스가 넓어 OB 걱정 없이 클럽을 휘두를 수 있다. 여기에 야간 조명을 설치해 누구나 퇴근 후에도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군이 직영으로 관리해 코스와 잔디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많은 파크골퍼들이 치밀하고 밀도 높은 천연잔디를 칭찬한다.
-지난 12년간 군민을 대표하는 군수로 자리했다. 어떤 군수로 기억되고 싶은지▶화천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기반을 닦은 군수로 기억되고 싶다. 우리 군의 교육 지원과 복지·보육·주거정책은 타 지자체보다 앞서갔다고 자부한다. 교육복지 전담부서 설치와 대학생 무상교육, 강원특별자치도 내 최초 어린이 전용 공공도서관 건립 등 도전적 정책을 펼쳤고 성과를 거뒀다. 초등 온종일 돌봄 시설을 선제적으로 조성하고, 군민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주택 보급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어렵게 심어졌던 정책의 씨앗은 지속 가능한 복지서비스로 열매를 맺는 중이다. 공무원 기간까지 합쳐 50여 년 가까운 공직 생활이 끝난다고 하니 아쉽기도, 홀가분하기도 하다. 나머지 인생의 2막도 화천군과 함께할 작정이다.
최문순 강원 화천군수
1954년 강원 화천 출생
강원인재개발원 교육연구실장
화천군 부군수
민선 6기 화천군수
민선 7기 화천군수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장
강원도 접경지역행정협의체 회장
세계겨울도시시장회의 부회장
민선 8기 화천군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