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이끌 미래, ‘건강한 재목’으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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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은 기자
2026.05.04 09:04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외모 강박 등 섭식장애 아동·청소년, 예방·치료 법적 근거 마련

[편집자주] 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청소년의 모습(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아동·청소년 섭식장애 문제 해결을 위한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하는 조례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됐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아동·청소년 섭식장애를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와 예방 및 조기발견, 전문적 치료 지원까지 이끈다는 내용이다.

4일 시의회에 따르면 박수빈 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구 제4선거구)이 ‘서울특별시 아동·청소년 섭식장애 예방 및 치료 지원 조례안’을 지난 2월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획일화된 미적 기준과 외모 지향적 가치관의 내면화로 인해 아동·청소년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체중 감량이 이뤄지는 상황에 주목했다. 10대 여성 청소년의 거식증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박 의원은 “성장기인 아동·청소년기에 섭식장애가 발생할 경우 교정이 쉽지 않아 국가나 지자체, 교육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지만,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해결을 위한 조례를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조례는 아동·청소년의 섭식장애를 개인과 가정의 문제가 아닌 교육·의료·복지가 통합적으로 대응해야 할 공공의 과제로 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아동·청소년의 섭식장애 예방 및 치료 등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예방 △조기발견 및 조기개입 △전문 치료 및 회복 지원 △관계기관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명시됐다. 아울러 지원계획 수립을 위해 자료 수집 및 실태조사를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은 섭식장애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업 추진 및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다. 검사 및 치료비 지원, 심리 상담 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예방 측면에서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조기 발견을 위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지역사회 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문화됐다. 박 의원은 “실태 파악조차 돼 있지 않은 아동·청소년 섭식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시와 교육청,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섭식장애 청소년 늘어…SNS 등 원인 산적

▲박수빈 서울시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박수빈 서울시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섭식장애를 앓는 아동·청소년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7~18세 섭식장애 환자는 2020년 694명에서 2024년 1180명으로 70% 급증했다. 스스로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숨기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섭식장애를 앓는 아동·청소년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섭식장애를 앓는 이들은 마른 몸에 대한 강박으로 음식 섭취를 거부하거나 폭식 후 구토 행위 또는 약물을 통한 체중 감량 등을 반복한다.

섭식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학업 스트레스 △또래 관계에서의 스트레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미디어를 통한 외모강박 등이다. 특히 SNS나 미디어를 통해 ‘마른 몸매’라는 왜곡된 미적 기준 확산이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비닐랩에 담은 음식을 씹기만 하고 뱉어내는 ‘플라스틱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SNS를 통해 확산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섭식장애는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만약 치료가 늦어질 경우 비만이나 영양실조 등 신체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섭식장애를 주요 질병으로 지정하고 공공의료에 포함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각 지역에 ‘섭식장애전국지원센터’를 설립해 환자와 가족에 치료 및 재활을 제공한다. 호주는 국가 차원에서 섭식장애 전략을 수립해 예방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은 섭식장애 치료법 개발 연구에 비용을 투자해 조기 치료 경로를 개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섭식장애가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돼 있다. 2011년 진행된 3차 정신건강 실태조사 이후 조사 항목에서도 빠졌다. 정부는 올해 6차 조사에서 섭식장애 환자군을 파악하기로 했지만, 대상이 성인에 한정돼 아동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박 의원은 “섭식장애는 위험성이 크지만 이에 대한 안전망은 부족하다”며 “이를 알릴 수 있는 정책적 캠페인이 시와 교육청 주도로 이뤄지도록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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