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故 이종욱 사무총장의 보건협력 정신

[기고]故 이종욱 사무총장의 보건협력 정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2026.05.18 06:08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제공=보건복지부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9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특별하고 숙연한 행사가 열린다. 대한민국 출신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인 고(故) 이종욱 제6대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 서거 20주기 추모식, 그리고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직접 설립했던 '이종욱 전략상황실'의 재개소식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공동 주관하고 WHO가 함께하는 이번 행사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했던 이 전 사무총장의 유산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다.

우리가 고인의 유산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에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는 유엔 창설 80주년을 거치며 '글로벌 보건 체계 개혁'을 중점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적개발원조(ODA)가 축소되는 가운데 현지에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건 체계를 마련하자는 치열한 반성이자 혁신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20년 전, 세계 보건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을 꿰뚫어 본 선구자였다.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관성적인 물자 지원을 넘어 현장의 자립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오늘날의 정신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과거 원조에 의지하던 대한민국은 이제 그가 남긴 혜안을 나침반 삼아 글로벌 보건 체계 개혁에 앞장서는 책임 있는 공여국으로 발돋움했다.

복지부는 차세대 보건의료 지도자를 양성하는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7년 출범한 이 사업은 현재까지 36개국에서 누적 1800명이 넘는 수료생을 배출했다. 연수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간 후 현지 인력을 교육시키고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해 협력국의 보건의료를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을 남기고 역량을 키워 협력국의 자립과 공동번영을 가능케 하는 보건 연대이자, 고인의 철학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했다.

복지부는 글로벌 보건의료 역량 강화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2022년 WHO로부터 단독 지정된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를 통해 중·저소득 국가들의 백신·치료제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바이오 핵심 인재 양성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는 AI(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 리더십을 바탕으로 WHO와 함께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본격 준비하며 전 세계 AI 구현을 주도하고 있다.

20년 전, 자신이 밤새워 준비했던 세계보건총회를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난 이 전 사무총장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하지만 그가 질병과 빈곤의 땅에 뿌렸던 헌신의 씨앗은 대한민국을 거쳐 전 세계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20주기 추모식을 도약의 계기로 삼아, 그가 평생을 바쳐 추구했던 '모든 인류의 질병 없는 삶'을 향한 여정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것이 훌륭한 선배이자 위대한 세계인이었던 이 전 사무총장을 영원히 기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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