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빌려줬는데 부실률은 제로"…대구는 담보 대신 '관계'를 믿었다

"13억 빌려줬는데 부실률은 제로"…대구는 담보 대신 '관계'를 믿었다

대구=김승한 기자
2026.06.29 11: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로컬의 재발견, 삶을 바꾸는 연대]⑥대구 '대구사회가치금융'

[편집자주] 양극화와 지방소멸 등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을 아우르는 '사회연대경제'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사회연대경제가 가치창출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박진영 대구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본부장,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 정민철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왼쪽부터) 박진영 대구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본부장,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 정민철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제공=행정안전부

"돈은 왜 '필요한' 사람보다 '있는' 사람에게 더 쉽게 갈까."

대구에서 시작된 사회적금융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대구 동구의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대구사회가치금융'은 담보와 신용등급만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 금융과 달리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 공동체 신뢰를 함께 평가해 자금을 지원한다. 지역에서 번 돈이 다시 일자리와 공동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지난 18일 만난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는 "우리는 단순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아니라 가치가 있는 곳으로 돈이 흐르는 경로를 만드는 곳"이라며 "돈이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 사회적금융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구사회가치금융은 2022년 사회적기업 30여곳이 출연한 1억6000만원의 종잣돈으로 출범했다. 현재 기금 규모는 약 17억원으로 늘었고 참여 기업도 60곳으로 확대됐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독립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이다.

/그래팍=임종철 디자인 기자
/그래팍=임종철 디자인 기자
"지역 돈이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투자"…지역을 살리는 돈의 흐름

김 이사는 사회적금융을 '지역의 미래를 위한 자원 배분'이라고 표현했다. 지역에서 발생한 자본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다시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투자되는 '지역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금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는 "지역에서 번 돈이 수도권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면 지역경제는 계속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돈이 다시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투자되고, 그 돈이 또 다른 일자리와 서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금융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식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4년간 자금 지원은 178건, 누적 지원액은 12억8000만원에 달한다. 공제부금 대출 부실률은 현재까지 0%다. 김 이사는 "코로나19 당시 '동구우애기금'을 통해 사회적금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19개 사회적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무담보·무보증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결국 전액 상환했다. 공동체 안에서 쌓인 신뢰가 담보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대구시 행정국 관계자들이 대구사회가치금융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사회연대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공=대구사회가치금융
지난 4월 대구시 행정국 관계자들이 대구사회가치금융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오른쪽에서 네 번째)와 사회연대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공=대구사회가치금융
지역에 돈이 머물면 사람도 머문다

기금공헌사인 대구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박진영 본부장은 이 같은 지역순환경제가 청년 유출을 막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지역 안에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성장하고, 이를 사회적금융이 뒷받침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청년들도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사회가치금융 수혜 기관인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정민철 이사장은 사회적금융이 사회연대경제를 지속시키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사회연대경제가 활성화된 국가에선 협동조합이 공동기금을 조성해 창업과 고용, 지역기업 투자로 다시 연결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면서 "국내는 사회적경제 기업은 늘어난 반면 이를 뒷받침할 금융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도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하려면 금융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좋은 사례는 이미 현장에서 증명된 만큼 이제는 정부가 사회적금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사회가치금융은 돈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돈이 돈을 키우는 데 머무를 것인가, 사람과 지역을 살리는 데 쓰일 것인가. 이들이 4년째 이어온 사회적금융은 그 가능성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진영 대구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본부장, 정민철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왼쪽부터) 박진영 대구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본부장, 정민철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김지영 대구사회가치금융 상임이사. /사진제공=행정안전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승한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김승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