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조직문화 진단에서 비인격적 대우와 부당한 음주문화, 사적이익 요구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식 제보채널 이용률은 낮고 제보자의 익명성에 대한 신뢰도도 가장 낮게 평가돼 신고자 보호와 조직 내 상호존중 문화 개선이 과제로 지적됐다.
21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6~19일 전국 소방공무원 6만59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 조직문화 진단 설문조사'에는 1만6111명이 참여해 24.4%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간 비인격적 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6.4%(1036명)로 조사된 부조리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사적이익 요구는 4.9%(785명), 회식 참석 강요 등 부당한 음주문화는 4.3%(686명)였다.
주요 행위자는 유형별로 차이를 보였다. 사적이익 요구는 팀장급이 42.2%, 부당한 음주문화도 팀장급이 38.5%로 가장 많았다. 비인격적 대우는 동료·선후배가 35.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당행위를 겪고도 '아무 말도 못 했다'는 응답은 사적이익 요구 69.4%, 부당한 음주문화 72.8%, 비인격적 대우 64.6%에 달했다. 반면 감찰부서 제보 등 공식채널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각각 1.8%, 0.8%, 3.3%에 그쳤다.
소방청은 업무·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와 문제를 제기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 등이 공식 제보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집단별로는 중간 연차와 여성 직원의 부조리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재직 6~10년 직원의 비인격적 대우 경험률은 8.1%, 여성 직원은 12.0%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의 부당한 음주문화 경험률도 7.5%로 남성 3.9%보다 높았다.
조직문화 체감도 조사에서는 '제보자의 익명성 신뢰'가 7점 만점에 3.99점으로 전체 문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징계의 공정성'은 4.19점, '부조리 행위를 방조한 상급자의 책임'은 4.22점이었다. 반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제도는 5.48점, 정당한 업무 성과에 대한 평가는 5.32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타 의견에서는 학연·지연·혈연에 따른 인사와 승진, 특정 라인 챙기기 등 인사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상급자의 갑질뿐 아니라 하급자의 업무태만이나 무분별한 제보 등 이른바 '을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성별에 따른 업무 배치 형평성 문제도 나왔다.
독자들의 PICK!
소방청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 직원 대상 '상호존중 행동강령'과 '건전한 회식·소통 가이드라인', 조직 내 언어감수성 향상 실천규범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고자 보호 강화와 외부 신고채널 확대, 관리자 대상 상호존중 교육도 추진한다. 이번 조사 결과와 특별감찰단 활동, 집중 익명제보 결과 등을 종합해 다음달 '조직문화 쇄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세부 실행과제와 점검체계를 확정할 방침이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상호존중과 공정성을 조직문화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구성원이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기준점으로 삼아 9월 중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