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下)
'반쪽 세종' 채운다…균형발전 기대 속 비용·이원화 우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44곳의 추가 이전으로 '반쪽 세종' 완성에 나섰다. 수도권에 남은 외교·안보·금융 기능을 모아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행정수도 완성으로 국정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균형발전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관별 이전 시차로 행정 이원화가 이어지고, 과거의 비효율이 반복될 우려도 제기된다.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5극3특' 지역 산업 육성을 병행해 수도권에 쏠려 있는 기능을 분산하고, 지역으로 성장 기반을 옮기는 게 핵심이다. 기관이 모이면 부처 간 정책 협의와 조정이 수월해질 수 있다. 공무원과 가족의 정착은 세종과 인근 지역의 주거·소비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행복도시법상 이전 예외였던 외교·안보 부처까지 포함한 것은 세종을 일부 부처의 집결지에서 국정운영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경제수도 서울·행정수도 세종' 구상은 수도권 과밀과 주택 수요 집중을 완화하려는 정부 전략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기관별 이전 시차로 서울·세종의 이원화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준공, 신청사를 짓는 중앙행정기관은 2031년경 이전,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 목표다. 부처가 먼저 옮겨도 보고와 입법·예산 협의를 위해 서울을 오가는 구조는 남는다. 청사와 인력만 옮기고 서울 중심의 보고·회의 관행이 유지되면 이동 비용과 행정 지연이 되풀이될 수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시장, 수사·공소기관과 법원 간 업무 연계도 과제다. 대법원·헌법재판소 등과는 아직 본격적인 이전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금융시장 대응력 유지와 수사·공소기관의 재판 업무 연계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도 이날 정부안에는 제시되지 않았다.
비용 부담도 크다. 신청사 건립비에만 3조원이 넘게 책정됐다. 건립비는 입지와 시설 규모, 설계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임차청사의 임차·조성·운영과 이주지원 등에 비용도 필요하다. 정부는 내년 이후에도 3~4년간 임시청사 관련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청사 설계와 공사가 늦어지면 임차 비용 부담도 길어지고, 임차청사를 거쳐 신청사로 옮기는 기관은 재이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관 이전이 공무원 가족의 정착으로 이어질지도 변수다. 주거와 자녀 교육 문제로 가족이 수도권에 남으면 장거리 통근과 이중 생활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1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당시 지원 전례를 참고해 이주지원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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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발표에서는 행정기관 이전의 균형발전 효과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분석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1차 이전 이후 수도권 집중 완화 효과도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하균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인구 분산과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관한) 자료를 명확하게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에이스' 공무원들 '멘붕'..."우리도 세종 가나" 공공기관 '술렁'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내년 하반기에 세종으로 이전한다. 금융위의 세종 이전과 맞물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르면 다음달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를 앞두고 금융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확대 개편해 출범한 금융위는 줄곧 소재지가 서울이었다. 금융위와 FIU 정원은 각각 340명, 80명으로 대략 400명이 넘는 금융위 공무원들이 짐을 싸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에 대한 인허가와 함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수행해 온 만큼 이번 이전 결정은 금융권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금융공공기관의 소재지가 서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정책에 따라서 움직이는 주요 공공기관들은 금융위가 이전하면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도 인허가 등 소통을 하려면 세종에 자주 출장을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공무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당초 서울이 '경제 수도'로 부각되면서 서울에 잔류할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금융위 소속 한 직원은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과장급 이하 '허리' 직원들이 지금도 많지 않은데, 세종 이전 이후에 더 큰 공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를 비롯한 주요 부처의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의 민간 기업 이직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세종 이전 결정으로 이탈 규모가 확대될 수도 있다.
금융위의 이전이 확정되면서 다른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쯤, 늦어도 올해 안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지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에 있는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해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도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의 세종이전에 따라 지난해 무산된 국내 금융(금융위)과 국제 금융(재정경제부), 감독정책(금융위)과 감독집행 기관(금감원)을 재조정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재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