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은 국가직, 현장엔 여전한 격차"…소방 국가직화 6년의 역설

"신분은 국가직, 현장엔 여전한 격차"…소방 국가직화 6년의 역설

김승한 기자, 이민하 기자
2026.10.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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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방력 강화·인력 확충에도 지역 격차 여전
보호장비 38.9% 내용연수 초과…피복비 최대 2.8배 차이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6년' 주요 지표/그래픽=윤선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6년' 주요 지표/그래픽=윤선정

#2001년 3월 4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좁은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는 진입하지 못했다. 주민 구조에 나섰던 소방관 6명은 건물이 무너지면서 순직했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지역별 인력과 처우 격차, 보호장비 노후화 등 현장 안전을 둘러싼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가직 전환 이후 전국 단위 재난 대응체계가 강화되고 소방 인력도 확충됐지만, 소방관들의 근무환경까지 균등하게 개선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1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지역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이 순직하면서 국가직 전환의 성과와 남은 과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직 전환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전국 단위 소방력 동원체계 강화다. 대형 재난 발생 시 소방청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의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됐다. 지역별로 분산됐던 소방력을 국가 차원에서 활용하는 체계가 강화된 것이다.

소방 인력도 늘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소방공무원은 2017년 4만8042명에서 2024년 6만6802명으로 증가했다.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도 같은 기간 1091명에서 766명으로 줄었다. 다만 인력 확충은 국가직 전환 이전부터 추진된 정책이다.

문제는 전체 인력이 늘었어도 지역별 여건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는 서울이 1255명인 반면 전남은 396명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지역별 인구밀도와 관할 면적, 출동 수요 등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실제 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관의 안전과 직결되는 보호장비 관리도 과제로 꼽힌다. 소방청의 '2026 소방장비 통계집'에 따르면 전국 개인 보호장비 60만5936개 가운데 38.9%가 사용기한을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용기한 초과가 곧 현장 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하는 장비인 만큼 적기 교체와 관리가 중요하다.

지역별 근무 여건을 뒷받침하는 예산에도 차이가 있다. 지난해 소방공무원 1인당 피복비는 부산과 제주가 각각 25만원인 반면 울산은 70만원으로 2.8배 차이가 났다. 위탁교육비도 부산은 4만1000원, 충북은 42만8000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국가직 소방공무원이라도 근무 지역에 따라 지원 예산이 다르게 책정되는 셈이다.

19일 경기도 부천 원미구 부천체육관에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고 김 소방위는 지난 16일 부천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중 한 명이다. (공동취재) 2026.10.19 ⓒ 뉴스1 구윤성 기자
19일 경기도 부천 원미구 부천체육관에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고 김 소방위는 지난 16일 부천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중 한 명이다. (공동취재) 2026.10.19 ⓒ 뉴스1 구윤성 기자

이 같은 격차의 배경에는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소방조직이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구조가 있다.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통합됐지만 임용권 일부는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고, 시·도 소방본부도 시·도지사 직속으로 운영된다. 박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이러한 구조가 소방청장의 실질적인 인력 운영과 재난 현장 지휘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천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 중상을 입은 소방공무원이 순직한 사고는 현장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이번 사고와 인력·장비 부족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관들의 안전관리체계와 장비 운용 여건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 장비의 관리뿐 아니라 소방관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위험 현장에 대응할 첨단 장비 확충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병수 대구가톨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도지사들이 소방 업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관심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소방관이 진입하기 어려운 고열의 화재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대형 드론 등의 첨단 장비 확충에 대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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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입니다.

이민하 기자

서울시와 서울 자치구 및 산하기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소방청 등을 출입합니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중앙부처 정책사회 기사를 취재·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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