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인사 빈소 조문…조심스런 호남민심 잡기 행보

지난 28일 전남 광주. 잔뜩 흐린 날씨 속에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차례로 조선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민주화운동가인 고(故) 윤한봉 민족미래연구소 이사장의 빈소에 들르기 위해서다.
저녁 6시40분.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유가족을 위로한 그는 먼저 와 있던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잠시 마주앉았다. 자리를 옮겨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문규현 신부 등과도 대화를 나눴고 조문객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밤 10시30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도착했다. 자리를 여러번 옮긴 손 전 지사와 달리 그는 한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앞서 오후 3시경엔 4일째 전남 곳곳을 누빈 한명숙 전 총리가 다녀갔다. 이해찬 전 총리는 윤 이사장이 타계한 27일 밤 빈소를 찾았다.
범여권 주자들의 이 같은 광주행(行)에 단순한 '조문' 이상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네 사람 모두 '호남'을 확실한 지지기반으로 확보해야 경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최근에야 범여권에 합류했다. 외곽을 빙빙 돌다 '링'에 오른만큼 호남 민심이 더욱 절실하다.
정 전 의장 또한 호남을 놓칠 수 없다. 2선 후퇴론을 일축하듯 대선주자로서 행보를 시작한 그는 자신보다 지지율이 높은 손 전 지사를 꺾어야 한다. 같은 곳(광주)에 있으나 꿈은 정반대인 셈이다.
이들을 맞은 호남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이날 오후 광주의 한 라디오방송은 "대선을 앞둔 올해 5.18 기념식은 대선주자들의 얼굴알리기 마당으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며 "윤한봉 선생 장례식도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고인은 지난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으며 518 민주항쟁 이후 배후자로 지목돼 도피생활을 했다. 미국으로 밀항한 그는 LA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원했으며 93년 수배가 해제돼 귀국했다.
이후에도 민주화운동에 여생을 바친 그는 지병인 폐기종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7일 눈을 감았다. 향년 5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