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수위 '과욕'이 빚은 혼선

[기자수첩]인수위 '과욕'이 빚은 혼선

오상헌 기자
2008.02.05 13:41

"너무 앞서간다고 욕을 해서...".

5일 아침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말이다. 언뜻 듣기에도 인수위의 '과속'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읽힌다. 농담조였다지만 다분히 인수위 바깥의 평가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녹아 있는 느낌이다.

벌써 40일째 차질없는 새 정부 출범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그간의 인수위 활동을 돌아보면 이 당선인의 말에 언뜻 공감이 간다. '노할러데이(No Holiday)'란 이름으로 휴일과 밤낮도 없이 일해 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반전에 접어든 새 정부 출범 준비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인수위에 쏟아지는 비판이 그렇게 과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호기롭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정책 혼선에 '월권' 논란까지 더해져 사단이 일어나는 게 한 두번이 아닌 까닭이다.

통신비와 유류세 인하 방안이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뤄진 게 대표적이다. 인수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신비와 유류세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인하하겠다고 호언해 왔다. 통신비의 경우 지난 달 말까지 경감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구체적인 '타임스케줄(시간표)'도 세웠다.

경기 양극화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의 생활고(苦)를 덜어주겠다는 '선의'의 결정이었다. 그러던 것이 차일피일 발표가 미뤄지더니 인수위는 결국 지난 3일 "통신비 인하안을 새 정부 출범 이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업체의 반발과 인수위의 월권 논란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5일에는 유류세 10% 인하 방침까지 뒤로 후퇴했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에야 인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인수위가 그토록 부인하던 정책 혼선이 이틀 사이에 두 차례나 빚어진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설익은' 정책 발표에 있다. 구체적인 검토없이 미리 방향을 정해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훑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탓이 크다. "너무 앞서간다고 욕을 해서"라고 말한 이 당선인의 말만 '머쓱'해지게 됐다. 이런 상황은 인수위 스스로가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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