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에 정신 좀 차려야지." 4.29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 지역에서 완패하자 당 안팎에서 이런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대대로 재보선은 집권여당에 불리했지만 이번 재보선은 좀 달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당내 분란으로 소란스러워 '이명박 정부 심판'을 내세우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힘든 여건이었다.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전 정권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을 찍고 근 40% 가까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런 호조건 속에서도 여당은 재보선이 치러진 5개 지역구 어느 곳에서도 민심을 얻지 못했다. 그만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호감'이 심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재보선 완패 이후에도 한나라당 내에는 사태의 심각함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하는 사람도 없는 듯하다.
당 원내대표는 재보선 참패 직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재보선 패배에 연연해선 안된다"며 오히려 책임론을 일축했다. 청와대야 여당과의 관계가 있으니 재보선 결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당 지도부의 반응은 국민들로선 뜻밖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한나라당도 노련한 정치인 집단이고 국민들 보는 눈도 있는데 반성론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 지도부는 당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 쇄신'카드를 급히 꺼내들었고
당내 개혁성향의 초선모임인 '민본21'은 국정 및 당.정.청 인적쇄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개혁성향의 의원들도 회동을 자처하며 선거 참패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쇄신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습관처럼 꺼내드는 '쇄신' 카드는 오히려 "또?"라는 식상함만 준다. 당 지도부의 총사퇴가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170석의 거대 여당이 5개 재보선 지역에서 단 한 곳의 신임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집권 여당과 정부에 대한 심각한 국민의 경고다.
국민이 보낸 경고에 당 쇄신이라는 거창한 말을 꺼내들기 전에 진심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반성하는 마음가짐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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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나라당을 보며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열린우리당을 떠올리는 사람이 비단 기자 한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