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불발, 낙담한 한미 정상

한미 FTA 불발, 낙담한 한미 정상

변휘 기자
2010.11.11 17:55

쇠고기와 자동차 추가 개방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결국 11일 정상회담에서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이에 따라 한미 FTA 타결을 서울 G20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의 청신호로 삼으려던 이명박 대통령과 중간선거 참패를 씻는 계기로 만들려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모두 상처를 입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오후 2시간 여 동안 정상회담과 오찬을 함께 하며 막판까지 FTA 타결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통상장관의 논의에서 한미 FTA 관련 세부적인 사안을 논의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당초 G20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FTA를 타결하자고 강한 의지를 보여 그 어느 때보다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당초 8일과 9일 이틀 동안 예정돼 있던 양국 통상장관 회의도 하루를 연장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추가 협상 초기에는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자동차 분야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져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정부는 '퍼주기'라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와의 의견 조율을 거쳐 환경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동차는 양보하더라도 쇠고기는 지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미국의 쇠고기 추가 개방 요구가 '복병'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예상과 달리 미국은 자국내 의회의 요구 등 정치·경제적 이유를 들어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방침을 요구했다. FTA 국회 비준의 열쇠를 쥔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이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주 출신으로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촛불 시위' 등 쇠고기 수입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정부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사안이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쇠고기를 미국이 끝까지 요구하면 FTA를 안 할 수도 있다는 각오"라고 배수진을 쳤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양국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협상을 끝내기로 하고 조만간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지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양국 통상장관이 상호 수용 가능한 사안을 최대한 빨리 합의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 대통령이 한국 협상 팀을 워싱턴에 보내 계속 논의하도록 했다"며 "우리는 한미 FTA를 계속 추진할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양국 국민에게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국이 신속히 협상을 마무리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야권 5당은 지난 10일 국회 비준동의안 저지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민주당은 G20 이후 대외 투쟁까지 시사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미 FTA 재협상 결렬은 사필귀정"이라며 "추후라도 한미 간 이해관계의 균형과 국익을 해치는 FTA 재협상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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