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대표, 자서전 내고 본격 대권행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한다. 정 전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명분은 저서인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출판기념이었지만, 간담회는 오히려 대권 행보 선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근혜와 일화 공개…이유는?=당장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여러 차례 거론됐다. 정 전 대표는 저서 중 '박근혜 전 대표와 얼굴을 붉힌 이유'라는 장을 통해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일화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은 대부분 박 전 대표와 악연이다.
저서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 축구팀 축구경기를 합의했다. 박 전 대표는 조중연 당시 축구협회 전무에게 대표팀 소집을 요구했지만, 조 전무는 난색을 표했다. 선수 일정 등 때문에 소집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조 전무의 답변에 박 전 대표는 '화를 펄펄냈다'고 정 전 대표는 회고했다.
박 전 대표가 축구경기 당일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왜 태극기를 들고 있냐"며 화를 내고, 붉은악마가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데 대해서도 항의했다는 일화 역시 책에 포함돼 있다.
정 전 대표는 대표 시절 박 전 대표와 가진 회동 이후 일어난 해프닝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재보선 지원을 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는 우리 후보들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가 박 전 대표로부터 항의를 받은 일화다. 그는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속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바람에 아주 민망했다"고 회고했다.
세종시 사태 당시의 일화도 공개했다. 당시 세종시 특별위원회 문제로 박 전 대표와 통화한 이후 언론에 '박 전 대표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박 전 대표가 "전화하기도 겁난다"며 정 전 대표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또 박 전 대표가 통화 과정에서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하고 상의하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마치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고 회고했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와 얼굴을 붉힌 일화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가장 중요한 정치인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그 분과 겪었던 사례를 최소한도 말하면 국민들에게 참고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기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정 전 대표가 연일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비판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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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복지론도 공개=복지정책에 대한 정 전 대표의 입장도 공개됐다. 그는 저서를 통해 '사다리(학습복지), 일자리(근로복지), 울타리(돌봄복지)'가 복지정책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인용하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복지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복지"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다리, 일자리, 울타리 등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정부 혼자 하는 것은 무리"라며 "사회 각계각층에서 책임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이 다 참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우리나라 경제는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압축복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이밖에 포퓰리즘에 대한 반대, 남북통일의 필요성,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 등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저서를 통해 풀어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자신의 형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기업인 사면에 대해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언급한 일화도 공개됐다.
한편 그는 서울시장 출마를 시사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나라당과 같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