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홍준표號', 출범 5개월 만에 사실상 와해

한나라 '홍준표號', 출범 5개월 만에 사실상 와해

뉴스1 제공
2011.12.07 11:02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 7·4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한나라당 '홍준표호(號)'가 불과 5개월여 만에 와해 위기에 놓였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등 선출직 지도부 5명 가운데 3명이 7일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재확인된데 이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에 당 소속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홍준표 대표의 대처가 미숙했다는 판단 아래 홍 대표의 퇴진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원 최고위원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 당 해체 및 재창당론에 탄력이 붙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같은 지도부 동반 사퇴에 따라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인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홍 대표는 남경필 최고위원이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데 대해 일단 거부감을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로 창당 14주년을 맞아 현존 정당 가운데 최장수 정당임을 자랑해왔던 한나라당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게다가 당내에선 지도부 교체 요구를 넘어 당 해체와 재창당, 심지어 소속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나라당의 앞날은 그야 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때문에 그동안 조기등판론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수습의 전면에 나설지 여부도 주목된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회견을 열어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디도스 사건이 터지고 당이 너무 무기력하게 대처한데 책임을 느끼고 사퇴 결심을 굳혔다"며 "한나라당은 다시 태어나서 이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 난 평당원으로 돌아가 떠나간 민심을 되찾기 위해 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지도부 중 유일한 친박(친박근혜)계인 자신의 사퇴가 당내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세간의 관측에 대해선 "(박 전 대표에게) 사전 보고를 못 했다"며 "당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 후 내가 결심한 것"일고 선을 그었다.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와도 최고위원 사퇴 문제를 따로 상의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이날 회견에 앞서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에게만 사퇴 의사를 알렸다고 밝혔다.

이에 원 최고위원도 잇달아 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치운동의 길을 여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유 최고위원과의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남 최고위원도 이날 홍 대표와의 면담 뒤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남 최고위원은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참석, 홍 대표에게도 동반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를 주축으로 서울 등 수도권 출신 초·재선 의원 10명이 참여하는 이른바 '재창당 모임'도 전날 조찬회동을 통해 당 해산과 재창당을 주장하며 홍 대표에게 "오는 9일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원 최고위원도 이들 의원들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아울러 쇄신파는 일찌감치 홍 대표 등 현 지도부 퇴진과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주장했으며, 최근엔 친박계에서도 "홍 대표의 쇄신책이 늦어 역공을 당하고 있다"는 등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홍 대표 체제'가 사실상 와해됨에 따라 한나라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최대 주주인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 최고위원도 "지도부가 총사퇴한다면 당분간 당이 혼란을 겪겠지만 박 전 대표의 역할을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 당이 다시 태어날지 전부 같이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중심의 당 개혁을 주장하는 쇄신파와 달리, '재창당 모임' 측에선 "박 전 대표뿐만 아니라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의 다른 주요 주주들도 당의 개혁 및 쇄신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이번 사태에 대한 수습과정에서 치열한 계파 간 다툼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분당(分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대해 당권파 인사는 "지금 나오는 당 해체 주장은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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