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파문, 한나라당에 得일까 失일까

'돈봉투' 파문, 한나라당에 得일까 失일까

변휘 기자
2012.01.06 17:06

일각선 "인적쇄신 본격화 기회" 분석… 수도권·부산 등 후보들 '한숨'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이 한나라당에 끼칠 영향을 두고 정치권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직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금품 살포의 장본인으로 거론되면서 여권이 4·11 총선을 앞두고 최대의 악재에 직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당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게는 친이(친이명박)계 '솎아내기'를 통해 인적쇄신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희태 "돈 만져 보지도 않아"···고승덕, 8일 검찰조사=6일 여권 복수 인사들에 따르면,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넨 전직 당 대표는 지난 2008년 7·3 전대에서 당선된 박희태 국회의장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아울러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의원은 당시 박 후보 선거조직을 주도했던 김효재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전혀 그런 일 없다. 나는 돈을 만져보지도 않았다"며 "(돈 봉투 문제도)언론보도를 통해서 처음 알았다"며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김 수석도 이날 청와대 기자실을 직접 방문해 "(돈 봉투를 전달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사건과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그는 또 "관련 보도는 신중하게 사실에 입각해서 해 달라"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피력했다.

한나라당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의혹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분주한 표정이다. 한나라당은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관련 수사를 의뢰했으며, 검찰은 곧바로 공안2부에 배당하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사건을 폭로한 고 의원을 오는 8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 의원은 "수사에 당당하게 응할 것"이라고 밝혀 관련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건의 장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박 의장과 김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총선에 대형악재···與 후보들 "민심이반 심각"=석 달 앞으로 다가 온 선거를 위해 지역구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총선 주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악재에 초조한 표정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출범 2주밖에 지나지 않은 민주통합당에 정당 지지율 선두를 내주는 등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는 대형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에 열세 또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수도권 의원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안 그래도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쇄신이다 뭐다 해서 그나마 이미지를 바꾸려는 마당에 도로 '구태 정당'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여권이 우위를 점해 왔지만 이른바 야권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후보)의 공습'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부산 지역의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한 부산 지역 의원은 "현장에서 느끼는 민심이 예전 같지 않다"며 "한나라당이라고 '무조건 찍을 줄 아냐'는 시민들의 꾸지람은 예삿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근혜 비대위에 '호재'?=여권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돈 봉투 사태가 '박근혜 비대위'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중심의 친이계 실세 '용퇴론'에 친이계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며 당이 내홍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친이계가 위축되면서 비대위의 인적쇄신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비대위는 전날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곧바로 검찰 수사 의뢰 결정을 내렸다. 디도스(DDoS) 사건 등 여권에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비하면 말 그대로 '초고속' 조치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주저하면서 (쇄신 흐름을) 훼손하면 안 된다"며 "검찰 수사를 의뢰한 의결을 보면 박 위원장도 단호한 입장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돈봉투 사건이 2004년 대선자금 수사 과정의 '차떼기' 사건처럼 구태 정치의 전형적인 형태라는 점에서, 박 위원장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의 이미지를 일신하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고승덕, 갑자기 폭로 배경에 관심=고 의원이 갑자기 돈 봉투 사건을 폭로한 배경 역시 친이계 '물갈이'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고 의원이 4월 총선 공천이 위태로워지자 경쟁자를 밀어내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의도적으로 폭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전에 비대위와 교감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친이계였던 고 의원이 위축된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비대위와 친박(친박근혜)계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세연 비대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위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중 한 분이 이런 발언을 한 것도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황 대변인 역시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은 물갈이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꿔보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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