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거물 vs 與 루키···예측불가 낙동강 '혈전'

野 거물 vs 與 루키···예측불가 낙동강 '혈전'

부산=변휘,홍재의 기자
2012.03.16 07:00

[4.11총선 격전지]③부산 사상-북·강서을 문재인·문성근 vs 손수조·김도읍

부산은 지난 1990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3당 합당에 동참하면서 보수정당의 '텃밭'이 됐다. 1979년 부마항쟁과 1987년 6월 항쟁을 치르며 '야성(野性)'이 만만치 않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부산·경남(PK) 기반의 통일민주당과 대구·경북(TK) '맹주' 민주정의당이 만나 비로소 보수의 성지 '영남'으로 결합하게 됐다.

하지만 부산이 '보수정당'에만 무턱대고 지지를 보내 온 것은 아니다. 특히 강서구·북구·사상구·사하구 등 낙동강 줄기를 품고 있는 서부권은 야권의 기운이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이다. 부산 중·동부권에 비해 개발속도가 더디고 서민층이 두터워 야권 지지세를 지탱하고 있다.

실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 평균 득표율은 29.86%였지만, 사상(34.31%)·강서(34.28%)·북(33.78%)·영도(32.92%)·사하(30.66%) 등은 이를 웃돌았다. 201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43.9%를 득표한 김정길 민주당 후보는 사상(44.6%)·북(48.04)·강서(47.12)구 등에서 선전했다. 여권이 압승한 18대 총선에서도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사하을)은 살아남았다.

◇野 필승카드 vs 與 신인카드=민주통합당은 4·11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부산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특히 사상과 북·강서을은 '필승카드'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이 나서면서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뜨겁다.

ⓒ손수조 새누리당 사상 후보. 뉴스1제공
ⓒ손수조 새누리당 사상 후보. 뉴스1제공

야권의 '거물'에 맞서는 여당의 공천 결과는 '파격'의 연속이다. 새누리당은 문 상임고문의 대항마로 '사상의 딸', 20대 정치신인 손수조 후보를 내세웠다. 북·강서을 역시 3선 터줏대감 허태열 의원을 탈락시키고 1년 전까지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지냈던 정치초년생 김도읍 후보를 낙점했다.

'혈투'를 벼르고 있던 야당으로서는 다소 힘이 빠지는, 여당으로서는 문을 걸어 잠가야 할 때 '실험'에 나서는 황당한 표정이 연출됐다. 후보의 존재감만 놓고 보면 무게가 한 쪽으로 쏠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예측을 비웃듯 '표심'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손수조 '바람', 바위깨는 달걀될까=사상에서는 당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받고 있는 손 후보가 문 상임고문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p) 안팎이었지만, 11일 부산일보 조사에서는 문 상임고문(47.9%)과 손 후보(39.6%)의 지지율 격차가 8.3%p까지 좁혀졌다.

13일 법괘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손 후보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처음에는 달걀로 바위치기라는 심정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달걀이 바위를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역 근처에서 만난 이모씨(54)도 "문재인이 큰 인물이지만 손수조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하면 흐름은 새누리당으로 넘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사상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사상 후보

'박근혜 효과'도 변수다. 주례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김현진(36·여)씨는 "MB정부가 민심을 잃었지만, 박근혜는 다를 것이라 믿는다"며 "손수조가 어려서 안 된다지만 그만큼 박근혜가 사상에 관심을 가져 자연스럽게 발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중·장년층 남성들을 중심으로 손 후보 공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감전동에 사는 택기기사 최모씨(58)는 "사상구민을 완전히 농락하는 일이다. 박근혜가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는 거지, 구민들 생각해서 낸 후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인물론'으로 조용한 '굳히기'=문 상임고문 캠프는 민심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사상을 '야풍(野風)' 진원지로 삼아 부산·경남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여당의 '깜짝 카드'에 오히려 '바람'의 주도권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14일 덕천초등학교 앞 출근길 인사 중 만난 문 상임고문은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판세는 쉽지 않다", "가능성은 분명 있지만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캠프 관계자는 "상대방 후보에 맞춰 전략을 수정하기보다는 하던 대로 사상 주민들을 만나면서 땀 흘리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북·강서을 후보. 뉴스1제공
ⓒ문성근 민주통합당 북·강서을 후보. 뉴스1제공

반면 문 상임고문의 지지층이 의외로 탄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첫 도전이지만 참여정부 실세로 인지도가 높고, 부산에서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점도 긍정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문 상임고문의 도덕적이고 청렴한 이미지를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많다. 법괘동에 사는 이모(62)씨는 "전 정권 실세였는데 MB정부에서 얼마나 파헤쳤겠나. 그런데도 흠잡힌 게 없다"며 "금방 대선 나갈 거라고 흠잡는 사람도 있지만, 사상에서 큰 인물나면 발전도 더 될텐데 괜한 소리"라고 말했다.

◇문성근, 인지도 앞서···취약한 지역기반 약점=북·강서을은 인지도가 높은 문 최고위원이 앞서가고 있지만, 김 후보가 공천 확정 후 '토박이'론을 내세우며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문 최고위원 캠프 관계자는 "최종 당선확률만 본다면 80% 이상"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젊은층 인구가 많이 분포하는 화명·명지 신도시가 지역구에 포함돼 토착민보다 새로 유입된 인구가 많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보고 있다.

ⓒ김도읍 새누리당 북·강서을 후보
ⓒ김도읍 새누리당 북·강서을 후보

지역기반이 전무하다는 것은 약점이다. 한 선거운동원은 "가끔 '뭐하러 왔노'라고 묻는 유권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역주의 청산과 부산 발전을 염원했던 큰 형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업을 잇겠다"는 게 문 최고위원 캠프의 대답이다.

◇김도읍 "지역발전엔 토박이" 막판 반전 노려=김 후보 캠프는 인지도 면에서 문 최고위원에 밀려 선거 초반 다소 열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일대일 구도가 완성된 지금부터 '토박이'론을 강조하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김 후보는 "북·강서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어서 유권자들은 지역발전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많다"며 "발전하려면 지역 역사와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하고, 그래서 '토박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서지역의 그린벨트 해제, 교육·의료 시설 확대 등 지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지역발전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덕천동에 사는 김옥수(56)씨는 "문성근은 부산 사람도 아니고 영화나 알지, 정치에 대해 뭘 알겠나"라며 "새누리당 김 후보가 여기 토박이고 지역기반도 좋아 시간이 가면 점점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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