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시작부터 때아닌 '색깔론' 공방

19대 국회, 시작부터 때아닌 '색깔론' 공방

변휘 기자
2012.05.29 17:37

"종북 주사파, 수구 꼴통, 김정일 XXX······."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 저잣거리 선술집에서 '색깔론'을 자극하던 시쳇말들이 여의도를 달구고 있다. 18대 국회 막판 진통 끝에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며 한층 품격 있는 민의의 전당을 만들겠다던 여·야의 다짐이 무색할 정도다.

30일 국회 개원을 앞두고 19대 국회 초반부터 불어닥친 '색깔론' 논쟁에 여·야 지도부와 대권주자들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까지 뛰어들었다. 공방의 단초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였다. 여권이 경선부정의 주역으로 지목받고 있는 통합진보당내 이른바 '당권파'의 전력 및 정체성을 비판하며 정치적 공세에 나선 것.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외교·안보 분야 상임위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져가고 있다. '주사파' 의혹을 받는 이들이 의원직을 이용해 국가 안위와 직결된 주요 정보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차기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강창희·정의화 새누리당 의원은 당선시 이들의 상임위 배정에 관여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8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은 더 큰 문제"라며 여권의 이념공세에 가세했다.

불똥은 국회 밖까지 튀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언급, "최근 친노(친노무현) 인사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는데 정치활동을 하겠다는 노골적인 표현"이라며 "안 원장도 종북 주사파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 대해 당당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종북 주사파'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역시 이념공세로 '맞불'을 놨다. 여권의 색깔론 공세를 꼬집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원로 멘토그룹인 이른바 '7인회' 멤버를 거론하며 "수구꼴통"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29일에도 "김 전 의원을 수구꼴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본인 한 사람뿐일 것"이라고 공세를 지속했다.

19대 국회가 개원해도 여·야는 '민생'보다는 '이념' 논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우선 새누리당의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제명 움직임이 뇌관이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지난 24일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의 ) 제명 결의안이 19대 국회 개원 후 가장 우선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도 여권이 "정치파업"으로 평가하는 언론사 파업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

때 아닌 색깔론에 대한 전문가들은 '정치적 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색깔론 만큼 대중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소재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학자는 "눈앞에 큰 싸움이 다가 온 상황에서 정치권이 욕을 먹더라도 매력적인 카드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권은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색깔론'을 이용해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덮기 위한 방편으로 삼을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여권으로서는 구도를 바꾸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지나친 '색깔론' 논쟁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했다. 그는 "양날의 칼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 세력이 신중해야 한다"며 "(진보진영의 문제점에) 놀라는 대중들도 많이 있겠지만, 지나치게 이념대립으로 몰고 가면 '지나치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