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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선적 'MT 제미니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지 5일로 525일째를 맞은 가운데 피랍 선원의 가족들이 수일 내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이는 제미니호 피랍 관련 언론보도가 석방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최근까지 언론 접촉을 꺼려왔던 태도에서 180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랍된 한국인 선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믿고 500일을 훨씬 넘기도록 석방되길 기다렸지만,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가족들도 국내 언론보도가 나가지 않도록 애를 써왔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데 가족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이르면 다음주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피랍선원 가족들은 또 기자회견이후 외교통상부를 항의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는 "500일을 넘기도록 인질들을 석방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석방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을 신청, 외교부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쉬쉬해왔지만, 이번을 기회로 많은 사람들이 제미니호 선원 피랍 사실에 대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피랍선원 가족들은 최근까지 언론과의 접촉이 해적측과의 석방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정부 당국의 의견을 받아들여 언론 접촉을 가급적 피해왔다.
해적 세력이 국내 언론 동향을 주시하면서 관련 보도가 나갔을 경우 인질들의 몸값을 높이는 수법을 써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해적은 피랍선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질을 총살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라고 요구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해적측은 인질들의 몸값은 물론 우리 군의 아덴만 작전에서 체포돼 국내로 이송된 해적의 석방까지 석방 조건으로 내걸었었다. 현재는 국내 수감 중인 해적들에 대한 석방은 요구 조건에서 뺐지만, 싱가포르 선사측이 제시하고 있는 몸값과 수배 차이가 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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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당국은 해적측과 직접 협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테러범이나 해적 등과 협상하는 경우 다른 재외 한국인이 잠재적 범행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이들과 직접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 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싱가포르 선사 측과 긴밀히 소통하는 한편 소말리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석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30일 한국인 등 선원 25명은 제미니 호에 승선해 인도네시아 케냐의 몸바사 항으로 가던 중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협상을 통해 같은 해 12월 다른 선원들이 풀려났지만, 해적들은 한국인 선원 4명만 육지에서 다시 납치했다. 해적들은 곧바로 인질들을 데리고 소말리아 내륙 지역으로 들어가 현재까지 계속해서 이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니호 선원 피랍 사건은 해적에 의한 한국인 납치 사태 중 최장기간 미석방 사건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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