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연말 대통령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수장학회 관련 문제가 여야 간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새누리당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최근 정수장학회가 보유 언론사 지분을 매각해 지역 복지사업에 쓸 계획임이 알려지자, 박 후보의 측근 최필립씨가 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는 점 등을 들어 "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한 대선용 선심공세"라고 주장하며 맹공에 나선 모습.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나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거리 두기로 일관하고 있으나, 당내엔 "논란을 계속 방치할 경우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악재(惡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론에 이미 충분히 노출됐던 사안'이란 이유로 대응을 소홀히 했다간 앞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군사쿠데타나 유신체제 등 일련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 때 이상으로 박 후보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수장학회란 박 후보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모친 육영수 여사의 이름 가운데 각각 '정'자와 '수'자를 따서 이름을 지은 장학재단으로 지난 1958년 부산 출신 기업인 고(故)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를 그 전신으로 하고 있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5·16군사쿠데타 이듬해인 62년 부정축재와 재산 해외 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장학회를 본인 소유의 MBC·부산MBC·부산일보 주식, 토지 등과 함께 국가에 헌납한 뒤 풀려났다.
장학회는 이후 '5·16장학회'로 불리다가 82년 현재의 정수장학회란 명칭을 얻게 됐다. 정수장학회는 현재도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그리고 서울 정동 소재 경향신문사 부지 2385㎡(약 700평)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박 후보는 지난 2005년까지 장학회 이사장을 맡다가 현재의 최필립 이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은 장학회의 국가 헌납은 군부의 강압에 의한 '강탈'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사회 환원'을 계속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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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관련 문제는 자신과 무관한 일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는 16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제11차 세계한상대회 참석 뒤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거기에 대해선 내가 어제 이미 말했다"며 "이런저런 개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입장은 말했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전날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 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행사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정수장학회 문제는 나도 관계가 없다.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며 "(정수장학회에 대해선) 나나 야당이나 이래라 저래라 할 아무 권한이 없지 않냐"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는 "박 후보는 이미 오래 전에 장학회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그 운영에 개입하거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는 데는 정치공세의 성격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도 일단 이 같은 견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황우여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주통합당이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계획 등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요구한데 대해 "국조는 국정에 관한 것을 대상으로 하는데, 정수장학회는 민간법인이어서 그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수장학회는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여러 조사를 받았고, 최근엔 서울시교육청 감사도 받았지만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민주당이) 대선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선대위 관계자도 "김씨의 재산 헌납 당시 MBC 등은 부채가 엄청나게 많았다"면서 "정수장학회 문제는 박 후보가 무조건 비판받을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앞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박 후보가 '이사진이 잘 판단해 달라'며 최필립 이사장의 용퇴를 요구했지만, 최 이사장이 이를 거부하지 않았냐"며 "우리로선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일단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박 후보는 직접 개입하지 않되, 당 차원에서 최 이사장 등의 퇴진을 우회 압박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최 이사장 퇴진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최 이사장이 정말 박 후보를 도와주려고 한다면 말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다"면서 사실상 최 이사장의 조기 사퇴를 요구했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박 후보가 재단에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사진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터무니없는 공세에서 박 후보를 자유롭도록 하기 위해 최 이사장 스스로 용퇴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이 대선용'이란 야권의 주장에 대해선 김지태씨 유족의 소송 제기로 부산일보 지분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상태인 점 등을 들어 "대선까지 남은 기간 해당 지분을 매각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국민의 눈엔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가 '한 묶음'으로 비치고 있다"면서 "박 후보가 어떻게든 이 문제를 털고 가는 모양새를 보일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실기(失機)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이 퇴진을 통해 정수장학회 관련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박 후보의 의사 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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