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하던 경제민주화 발표, 문재인·안철수에 뒤처져…공약수위도 낮을 수밖에 없을 듯

'경제민주화'를 선점, 논의를 주도해오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정작 공약 만들기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뒤처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논의하기엔 '보수정당'이란 태생적 한계가 예상외로 커 내부 조율이 쉽지 않은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민주화'는 지난해 말 새누리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한 뒤 당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서 처음 이슈화됐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지만 회생할 수 있다"며 당헌·당규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이후 박 후보의 대선공약을 총괄하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중책을 부여받았지만, 이한구 원내대표 등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추진이 빈번히 가로막히자 사퇴를 배수진으로 이 원내대표를 선대위에 관여하지 않도록 했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정기국회에서 2개 이상 입법화하기로 약속 받았다. 그리고 공약 만들기 과정에서 이견을 나타낸 안종범·강석훈 등 박 후보의 경제브레인마저 배제하면서 전권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당내 관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고립된 섬'이란 평가다. 뒤를 받쳐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당내에서 경제민주화에 적극 찬성하는 이들은 이혜훈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등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전·현직 의원 몇 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결국 새누리당에서 '토사구팽' 당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문 후보는 지난 11일 후보들 중 가장 먼저 재벌소유구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의 공약은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지주회사제도 재정비 △금산분리 원칙강화 △일감몰아주기근절 등 비교적 강한 규제를 담고 있다.
안 후보도 지난 14일 △계열분리명령제 단계적 도입 △금산분리강화 △신규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 부당 이익 환수 등을 발표했다. 박 후보가 선점한 경제민주화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으면서 앞서 가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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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가장 먼저 경제민주화를 주창한 새누리당은 지루한 논의만 있을 뿐 아직 어떠한 공약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방송토론회 등에서 '빅3'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토론을 하자고 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공약이 나오지 않아 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이 선뜻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당내인사들의 보수적 시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 경제위기로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 활력이 저하되면서 경기활성화 및 성장대책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공약을 총괄하면서 주도적으로 경제민주화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약에는 김 위원장의 생각뿐만 아니라 의원, 박 후보의 생각들을 모두 담아야 한다. 빨라야 10월 말이나 가서야 공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방안이 문 후보나 안 후보에 비해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대두된다. 당론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지배구조개혁 보다 불법행위방지, 공정경쟁제도 도입 등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