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 후폭풍… 불통·역사인식 논란 재점화

박근혜 '정수장학회 입장 발표' 후폭풍… 불통·역사인식 논란 재점화

뉴스1 제공
2012.10.22 15:00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행복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발대식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야당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네거티브만 한다"며, "공약과 정책이 묻혀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2.10.22/뉴스1  News1 이종덕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행복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 발대식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야당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네거티브만 한다"며, "공약과 정책이 묻혀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2.10.22/뉴스1 News1 이종덕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당초 정치권 안팎에선 박 후보가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언한 만큼 △오랜 측근인 최필립 이사장의 거취 문제를 비롯해 △MBC 등 장학회 보유 언론사 지분 매각 추진 계획, 그리고 △장학회 설립과 관련한 박정희 군부의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 강탈 논란 등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장학회 실소유주설(說) 등 각종 의혹을 털고 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지난 21일 회견에서 정수장학회의 명칭 변경 문제만 구체적으로 거론했을 뿐 최 이사장의 거취나 언론사 지분 매각 계획 등에 대해선 "이사진이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는 말만 되뇌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박 후보가 최 이사장에 대한 야권의 사퇴 요구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는가 하면, 설립자 고(故)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 헌납 당시 군부의 강압이 있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법원 판결 등 사실관계와 다른 답변을 내놓으면서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마저 이번 회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한 마디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당 일각에선 최 이사장 등 장학회 이사진에 대한 박 후보의 "현명한 판단" 주문이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사자인 최 이사장이 '사퇴 거부'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도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다.

이에 따라 박 후보의 역사인식 등에 대한 논란이 재차 불거지는 가운데, 이번 회견 준비과정에 대한 박 후보와 주변 참모들의 잘잘못 등 책임론마저 터져 나올 기세여서 당이 또 다시 내홍 국면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최 이사장이 박 후보의 대선행보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했던 이상돈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2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박 후보의 전날 회견 내용에 대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한 것 같아 걱정된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앞으로의 대선정국이 야당에 유리한 프레임(구도) 속에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특히 박 후보가 전날 회견에서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군사쿠데타 이후 부일장학회가 국가에 헌납되는 과정에서 군부의 강압이 있었다는 지적을 부인한 것처럼 비친데 대해 "(박 전 대통령의)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일은 지금 기준으로 볼 때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며 "그 시절의 조치를 정당하다고 하면 끝없는 논쟁을 다시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최 이사장의 거취를 포함한 정수장학회 관련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야당이 만든 '박정희 프레임'에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5·16쿠데타와 유신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했으면서 그때 강탈한 남의 재산을 '합법'이라고 한다면 (대선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 받는다"며 "지금이라도 정수장학회는 말끔히 털고 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5·16군사쿠데타 등 부친 박 전 대통령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 논란이 커지자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4일 "5·16과 유신,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사과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도권 출신의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박 후보의 이번 회견에 대해 "지지층 확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중앙선거대책위 공동부위원장으로 비박(비박근혜)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박 후보가 전날 회견에서 정수장학회의 전신 부일장학회의 '강탈' 논란에 대한 법원 판결 내용을 설명하던 중 군부의 강압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이를 번복한데 따른 논란과 관련. "참모들이 보좌를 좀 더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후보와 주변 참모들 간의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 후보는 이번 회견을 준비하면서 보좌진과 일부 측근 인사들로부터만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번 회견을 계기로 박 후보의 '불통'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박 후보의 입장 표명 계획이 잡힌 뒤에도 "정수장학회 설립 과정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것인데, 왜 지금 와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 측에선 입장 표명 계획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최 이사장의 자진 사퇴 등으로 일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면서 "상황 판단이 너무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당직자도 "최 이사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박 후보가 오히려 최 이사장이 직(職)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박계인 조해진 의원은 "최 이사장에게서 박 후보를 배려하는 행동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박 후보의 어제 회견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결론은 잘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가 지난 2005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정수장학회와는 관련이 없다"고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직접 최 이사장의 사퇴 문제 등을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당의 다른 관계자도 "최 이사장더러 대놓고 물러나라고 했다면 오히려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왜 그러냐'는 반론이 제기됐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선 박 후보의 고민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한 야당의 부당한 공격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말실수 등이 있긴 했지만, "취지 자체는 제대로 전달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 지도부와 친박계 일각에선 최 이사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사진이 스스로 잘 판단해서 하라'는 박 후보의 말은 사퇴를 촉구한 게 아니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두고 보자"며 여전히 최 이사장의 사퇴를 기대하는 기류가 읽히고 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발대식에 참석한 뒤 최 이사장이 사퇴 불가 입장을 밝힌데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채 후속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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