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정국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회동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25~26일) 전까지 단일화된 후보로 등록키로 전격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문·안 두 후보는 이날 오후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단독 회동을 갖고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문 후보 측 박광온,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말 안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 이후 한 달 넘게 지속돼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민주당 문 후보, 무소속 안 후보 등 주요 대선주자 '빅3' 간의 3자 대결 구도는 사실상 이날 부로 새누리당 박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 간의 양자 대결 구도로 재편됐다고 봐야 한다.
그간 실시된 대선 관련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현재 대선후보 간 다자 대결 구도에선 새누리당 박 후보가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무소속 안 후보와 민주당 문 후보가 2, 3위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박-문 또는 박-안 후보 간의 가상 양자대결에선 각각 오차범위 안팎에서 지지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TNS에 의뢰, 지난 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3000명, 유·무선 전화 임의번호걸기(RDD),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에 따르면, 다자대결 구도에선 박 후보 39.2%, 안 후보 25.1%, 문 후보 22.7%의 순이었지만, 박-안 두 후보의 양자대결에선 안 후보가 49.2%를 기록하며 박 후보(44.7%)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또 박-문 두 후보 간의 양자대결에선 박 후보가 48.3%, 문 후보 44.6%를 기록했다.
또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가 5~6일 실시한 조사(1500명, 휴대전화 RDD,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P)에서도 다자대결에선 박 후보 43.3%, 문 후보 26.7%, 안 후보 24.9%였지만, 박-안 후보 양자대결에선 박 후보 45.5%, 안 후보 50.3%였다. 박-문 후보 양자대결에선 박 후보 46.0%, 문 후보 47.6%였다.
때문에 "문·안 두 후보 가운데 어느 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지든 새누리당 박 후보의 대선가도엔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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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야권 후보 단일화는 지난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간의 'DJP연대', 그리고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현 새누리당 의원 간의 단일화로 그 폭발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초 문·안 두 후보 간 단일화 움직임을 견제하며 협상 결렬에 따른 '3자 필승론'(여권 후보 1명, 야권 후보 2명이 대선을 완주할 때 여권 후보가 이긴다)을 주장해온 새누리당으로선 남은 대선기간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 후보는 문·안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 국면에 맞서 '여성 대통령'론(論)과 '위기극복의 리더십'을 내세워 민생·정책행보를 강화해왔지만, 전날 발표한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공약과 이날 내놓은 정치쇄신안 역시 이렇다 할 여론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오히려 문·안 두 후보의 회동에 묻히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문·안 두 후보의 회동 결과 발표 뒤에도 이들의 단일화 논의를 "1위 후보를 꺾기 위한 2·3위 후보의 밀실 정략 회의"(안형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민생을 팽개치고 검증을 피하기 위해 1980년대식 거리정치를 하겠다는 의기투합"(이정현 공보단장)이라고 깎아내렸지만, "단일화 '파고'를 넘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란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추후 협상 과정에선 서로 대립할 수도 있다", "단일화시 상대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표심(票心) 이탈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관측을 내놓고 있으나,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더 높다"면서 "만일 문·안 두 후보가 남은 기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양측의 행보와는 별개로 지지자들이 후보를 직접 선택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등록일이 임박할수록 민주당 문 후보 측이든 무소속 안 후보 측이든 좀 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의 지지층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무당파(無黨派) 유권자들에게서 '밴드 왜건' 효과(선거에서 우세해 보이는 사람을 지지하려는 현상)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서치뷰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하는 게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새누리당이란 응답이 41.4%였던 반면, 정권교체란 응답은 46.8%로 5.4%P 더 많았고, 무응답은 11.8%나 됐다.
문·안 두 후보가 단일화 시점을 '선관위 후보 등록 전(前)'으로 못 박은 것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단일 후보의 지지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시점을 명시하면서 단일화의 극적 효과는 떨어졌지만 '목표'가 분명한 만큼 다른 '잡음'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남은 기간 여론 지지율 상으로 40% 초반대에 이르는 박 후보 고정 지지층은 물론,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새누리당 지지자와 '야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중도층 유권자들을 끌어안는데 당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호남과 충청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야권 단일화로 지지층 침식이 우려되는 부산·경남(PK)의 '수성(守成)'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이 커질 경우 상대적으로 안 후보 지지세가 강한 '수도권-2040세대(20~40대)-중도층' 유권자들에 대한 막판 공략에 급피치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문·안 두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악재(惡材) 관리'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고(故) 김지태씨 유족이 5·16쿠데타 직후 강압에 의해 부산일보 주식 등을 넘겨줬다며 정수장학회(당시 5·16장학회)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오는 28일 항소심 판결이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박 후보가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문·안 두 후보의 단일화는 예상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3자 대결 때보다는 상황이 어렵게 됐지만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현재 정책·민생행보에 집중하고 있는 건 선거판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대형 카드'를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를 대비해 아껴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이 처음 주목을 받았던 것도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등 전혀 예상치 못했던 행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앞으로도 박 후보가 결심만 하면 그와 같은 '파격'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안 두 후보 측 또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감동적인' 단일화 연출에 주력하는 동시에 지지층 결집 및 단일화 이후 지지층 이탈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두 후보는 이날 "새 정치와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양쪽 지지자들을 크게 모아내는 국민 연대가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정당 혁신의 내용과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의 방향을 포함한 '새정치 공동선언'을 우선적으로 국민 앞에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공직선거일 투표시간 연장 문제와 관련해 공동 캠페인을 펼치기로 한 것 역시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층을 묶어두기 위한 목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박 후보를 겨냥한 두 후보 측의 동시 다발적 협공과 정책발표 등을 통한 '선명성' 경쟁도 예상된다.
특히 문 후보는 당내 인사들을 향한 고강도 인적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문 후보가 전면 부인한 노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의 진위 여부와 서울대가 진행 중인 안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조사 결과에 따라 "두 후보의 대선행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새누리당 내에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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