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미국 대선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일찌감치 민주당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던 4년 전과 달리 막판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졌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건 TV토론회였다. 오바마 후보에게 크게 뒤졌던 공화당 롬니 후보가 1차 토론회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2차 토론은 오바마의 '싸움닭' 전략이 성공, 지지율이 엇비슷해졌다. 그 기세를 3차 토론까지 이어간 오바마가 최종 승자가 됐다. 선거 막판 허리케인 피해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은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역동성이 넘친다. 시청률 역시 풋볼과 야구 등 인기스포츠를 넘어선다. 후보들은 방청객 앞에서 다양한 질문을 받고 의견을 피력한다. 이른바 '타운홀(Townhall)' 형식이다. 백미는 양자 토론이다. 상대 질문을 받아 적을 수 있는 메모지만 준비한 채 '맞짱 토론'을 벌인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표정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을 통해 자질과 정책도 검증할 수 있다. 후보들의 밑천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TV토론회는 사정이 다르다. 유불리를 따지는 후보들 탓에 TV토론 자체가 실종됐다. 그나마 지난 4일 이뤄진 1차 법정토론회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았다.
정치쇄신, 외교정책 등을 놓고 정견을 겨뤘지만 기계적인 형평성 맞추기로 토론회 자체가 지나치게 경직됐다. 재미도 물론 없었다. 상호토론도 1분씩 질문하고 1분30초 답변하는 식이었다. '반박'과 '이의제기'가 없다보니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자당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 떨어진 평가다.
우려스러운 건 2차례 남은 TV토론도 방식의 개선 없이는 '재방송'을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토론 방식을 개선하면 되지만, 모든 후보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선이 코앞인데 양보가 나올리 없다. 공직선거법 규정 탓에 '독설쇼'를 벌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를 배제한 양자 토론도 어렵다.
하지만 유불리를 떠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적어도 반박이 제기되는 제대로 된 TV토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토론규칙의 맹점으로 유권자들이 알 권리를 박탈당한 채 기존에 형성됐던 후보자들의 이미지만 갖고 투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각 캠프들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