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심재철·김재원, '공약포기' 또는 '증세 필요성 인정' 제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이 재원마련 대책이라는 암초에 부딪치며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불가능한 공약은 일찌감치 털어버리자는 현실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은 해봐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박 당선인 주요 공약 가운데 재원마련 방안이 문제시된 정책은 △65세 이상 노인에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4대 중증질환에 건강보험 적용 △군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및 병사 월급 2배 인상 등이다. 이밖에 반값등록금 실현, 0~5세 무상보육 등도 실제 이행할 경우 예상보다 많은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전 대표는 16일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면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공약 자체에 매달리기보다) 공약의 정신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아버지 부시)가 미 경제학자들에게 의뢰한 경제정책 보고서조차 "(당선 뒤)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행정부는 가능한 범위에서 공약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현실적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인수위는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엄밀하게 따져서 (공약 실현 가능성에)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면 저희들이, 당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약 시행을 위해서는 세금을 늘리든지, 재정 적자를 늘리든지(채권발행), 세출구조조정으로 돈 씀씀이를 확 줄여야 한다"며 "현재 인수위에서 증세나 재정적자는 하지 않겠다고 하니 남은 방법은 세출 구조조정인데, 조 단위 예산을 각 부처에서 염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쓴소리'를 도맡아온 심 최고위원은 앞서 14일에도 "원칙이 훼손되거나 예산이 없는데도 무조건 공약을 이행해야 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친박' 김재원 의원도 현실론을 주장했지만 '포기선언' 이전에 공약 이행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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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지원, 군복무 18개월 등 쟁점 공약에 대해 "200여 개 복지공약 중에 굳이 이 세 가지 공약을 시행도, 어떤 노력 과정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포기하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약을 무조건 지키겠다고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면서도 "실질적 예산 추계, 예산 마련 노력을 지금 인수위에서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개혁으로 재원 마련이 안된다면 증세를 통해 공약을 지키는 것과, 증세 대신 일정 공약을 지킬 수 없다고 선언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 중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나성린 새누리당 책위 부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복지재원이 많이 필요하게 되면 1인당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서 세율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증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도 증세를 하겠다는 것이지만 비과세 감면 축소, 탈세 축소, 금융자본소득 과세 강화 등 간접증세"라며 "1단계는 간접증세, 2단계는 세율조정이고 그것은 국민 대타협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