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임기를 남겨둔 이명박 대통령은 상을 주고 풀어줬다. 27일 후면 청와대에 입성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인사 참사'를 맛봤다. 지난 29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측근에 대한 보은 훈장 수여 및 특별사면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두고 나온 말이다. 가는 정부는 지탄의 대상이 됐고, 오는 정부는 위기에 봉착했다.
지탄과 위기 원인의 교집합은 '소통 부재'와 '고집'이다. 더하자면 나름대로의 '원칙'도 있다. 사면 이유로 '법과 원칙'을 꼽았지만, 국민의 눈높이는 아니었다. '그들만의 오기'였다. 임기 막판까지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의 고집대로 밀어붙인 것도, 현 정권의 전매특허가 된 '권력의 사유화'도 두 말 하면 숨 가쁜 일이 된지 오래다. 새 정부는 달라야 한다. 5년이란 긴 시간이 놓여 있다. 첫 걸음은 꼬였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위기의 진단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임 총리부터 장관까지의 인선에 이런 참사가 재생될 수 있다. 이번 '초대형 악재'는 박 당선인의 '불통 보안 인선' 탓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측근들은 박 당선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로 '약속과 신뢰'를 꼽는다. '법과 원칙'과 함께 박 당선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를 발판 삼아 대권을 움켜쥐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칙 고수는 신뢰의 문제다. 뒤집으면 소통과 유연성 부족으로 읽힌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도 있다. 박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 국정과제토론회에서 "제가 가봤는데"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현장 중시 발언이지만, 자신의 경험에 대한 과신이 녹아있다. 이런 소신은 인사에도 드러난다. 직접 만났거나, 오래 쓴 사람만 신뢰하다 보니 주변의 조언이나 공개 검증에 소홀해진다. '줄 서기' 부작용을 차단할 순 있어도 '깜깜이 낙점'에 제대로 된 검증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나홀로 검증'은 실패했다. 예고된 참사였다. 법과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며 몰염치한 이 대통령의 사면을 비판했던 그날, 박 당선인이 "평생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확고한 원칙과 소신에 앞장서왔다"고 소개한 그 분이 사퇴했다. 확대하면 박근혜의 법과 원칙이 무너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열린 리더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기대가 우려로, 나아가 포기와 조롱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정부가 조롱의 대상이 되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지난 5년 이를 제대로 목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