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서 '신뢰'는 8번 등장, 그의 핵심공약인 '창조경제'와 같은 횟수로 언급했다. 이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가꿔 나가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계층·지역·세대별 갈등이 극심한 한국 현실에 비춰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는 고질적이고 첨예한 갈등구조 탓에 불필요한 사회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정책이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제동이 걸리는 일도 잦다. 참여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란,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수입 파동과 그 후유증이 대표적이다.
정치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정치권 내부의 상호불신은 이 같은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대선에서 '탈(脫) 정치'를 내세운 제3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 이면에도 정치 불신이 자리했다.
이처럼 갈등이 야기하는 사회비용이 커질대로 커져 대통령이 사회적 자본, 즉 신뢰 형성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번에야말로 불신 시대를 끝내고 신뢰 시대로 진입해야 하는데 그 임무를 박 대통령이 안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대선 공약처럼 법과 제도가 공정·투명하게 적용되도록 해야한다. 권력형 비리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거나 국민 동의 없는 측근사면을 강행한다면 신뢰자본 형성에 역행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신뢰자본의 경제적 효용도 주목된다. 중소기업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이들이 공정한 무대에서 뛰고 있다는 신뢰를 갖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취임 일성으로 신뢰를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그 역량을 한 방향으로 집중할 수 없고 타협 없는 노사 갈등과 그 폐해는 경제 전반에 유무형의 손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다만 말보다 실천이 어려운 법이다.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이라는 정치권의 약속과 달리 취임식장 의자에 쌓인 눈을 닦는 데 소방대원을 동원한 일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박 대통령이 이에 따른 우려를 서둘러 닦아 내고 그 자리에 신뢰라는 탄탄한 자본을 쌓아 올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