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명작가가 만든 말… 재일 한국인 강상중 교수, 제국주의 비판하며 언급
'귀태'(鬼胎).
생소한 일본식 조어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작년에 나온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란 책에 '귀태'란 표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가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수상과 고 박정희 대통령을 가리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의미)"라고 이를 설명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는 국내에 지난해 가을 번역출판됐다. 책은 두 사람의 정치 여정 모두 일본이 만주에 세웠던 만주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들을 만주국과 제국주의의 귀태라고 묘사했다. 단 '귀태'란 표현 자체는 이 책이 처음 쓴 것이 아니라 일본의 유명작가인 고 시바 료타로(1923~1996)가 만들어낸 조어다.
책의 주석에는 "작가 시바 료타로의 조어다. 의학적으로는 융모막 조직이 포도송이 모양으로 이상증식하는 '포도상 귀태'를 뜻하지만, '태어나서는 안 될, 불길한, 사위스러운' 같은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귀티난다'고 표현하는 귀태(貴態·고귀한 모습이나 자태)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시바 료타로는 1980년대 한국을 방문, 제주를 여행하고 쓴 '탐라기행'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백제가 일본에 쌀농사를 전해주는 등 일본율령국가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의 대표작 '언덕 위의 구름'이 일본 제국주의 전쟁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공저자 가운데 한 명은 재일 한국인 교수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강상중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교수다. 1950년생인 강 교수는 젊은 시절 한국인과 일본인이란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했으며 일본이름을 버리고 한국이름 '강상중'을 택해 살아 왔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에 올라 화제가 됐고 사회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으로 일본 내에서 작가·평론가로도 알려졌다. 다른 한 사람은 현무암 홋카이도대 교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12일 '귀태' 표현을 인용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인신공격했을 뿐 아니라, 극우발언으로 논란이 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 대통령을 비교하면서 국가원수를 모욕한 것 아니냐고 강력 반발했다. 기시 전 수상은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다.
이에 대해 홍 원내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책에 있는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확대 해석돼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춰졌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강력 반발에 대해선 "책 내용을 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책에서 '귀태'는) 사람을 직시한 것이 아니고 그 사람으로 상징되는 체제의 유물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 내용을 보면 별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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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의) 핵심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국정과 정국 운영에 있어 유사점을 얘기한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반론하는 것이 적절하지, 책 표현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만주국에서 활동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에 관련해 기록된 사실관계를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논쟁으로 가지 말고 사실관계나 역사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일·남북관계 전문가인 홍 원내대변인은 초선의원(서울 성동을)으로 통일부 정책보좌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위원을 지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