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녹색금융' 수출입銀 탄소펀드, 4년간 280억 손실

[단독]'녹색금융' 수출입銀 탄소펀드, 4년간 280억 손실

배소진 기자
2014.10.22 06:14

[the300] 설립목적 부합하지 않은 운용·수은법 위반한 투자 등…감사원 지적도

(서울=뉴스1) 허경 기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4.2.11/뉴스1
(서울=뉴스1) 허경 기자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4.2.11/뉴스1

법까지 개정하며 출범·조성한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탄소펀드'가 허술한 투자로 지난 4년간 28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국내사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한 관련법을 위반, 국내 한 풍력발전 사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녹색금융' 등의 정책에 국책은행인 수은이 무리하게 동원되면서 빚어진 전형적인 '부실투자'라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수은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은이 주도적으로 조성해 투자한 '수출입은행 탄소배출권(CER) 특별자산 투자신탁 1호'는 올해 6월 기준 총 437억원을 투자해 280억원의 손실을 냈다.

2009년 9월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탄소펀드는 수출입은행의 '야심작'이다. 해외 CDM(청정에너지개발체제)사업에 투자해 탄소배출권을 사들인 뒤 이를 다시 재매각해 수익을 올리거나 투자자들에게 배분하기 위한 탄소배출권 구매 전문 펀드였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될 경우를 대비해 탄소배출권을 미리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 탄소배출권 시장 진입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수출입은행, 에너지관리공단 공공기관과 대우인터내셔널,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등 민간기업도 대거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획재정부는 수은의 탄소펀드 설립·운용을 돕기 위해 그해 4월 수출입은행법과과 시행령까지 개정했다. 해외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위한 펀드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 등에 한해 총액의 15% 이내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화려하게 출범한 탄소펀드는 그러나 탄소배출권 가격급락 등으로 투자 금액의 3분의 2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투자기간이 만료됐지만 1129억원이었던 약정액 대비 출자총액은 437억원(출자진도율38.7%)에 불과했다. 700억원에 가까운 돈은 투자도 하지 못한 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저조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년간 12억8600여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펀드 운용과정에서도 허술함이 드러났다. 해외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한다는 펀드 설립목적과 달리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을 283억원어치나 사들였다. 투자를 통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에 비해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은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펀드가 목적에 부합하게 투자한 것은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사업(23억원) 한 건 뿐이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자 수은은 지난해 6월 해외온실가스 감축사업이 아닌 국내 경남 일대 풍력발전사업에 5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나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한 사업에 한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한 수은법을 위반한 것이다.

해당 풍력발전 사업은 지역난방공사의 출자업무 부적정 등을 이유로 올해 7월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기도 했다.

박원석 의원은 "수은의 탄소펀드가 투자한 국내 풍력발전사업은 관련법 위반일 뿐 아니라 해당 사업 자체로도 문제가 있는 부실투자의 전형"이라며 "이명박 정부 당시 진행된 녹색금융과 자원개발 투자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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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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