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도서정가제 안착할까](종합)

발행한 지 1년6개월이 안 된 신간도서 할인폭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가 21일 시행되면서 시험대에 선다.
법안을 직접 심사, 통과시킨 여야 의원들은 18일 "제2의 단말기유통법 사태는 없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시행 초기 혼란은 잠시이고 일단 법안 취지가 살아나면 책값 거품이 빠지면서 소비자도 출판업계도 상생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물론 대형서점·동네서점 간 상생효과 등에 대해 우려는 여전하다. 여야는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면서도 일단 시행 후 드러나는 문제점은 보완하겠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책값 오르고 소비자 혼란…제2 단통법 아니냐"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했다.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시행이 임박하면서 비관론이 확대됐다.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칫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또 한 번 값비싼 입법비용만 치르게 되면 국회가 고스란히 그 책임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원리로 결정되는 가격을 지나치게 엄격히 규제한다는 우려가 첫번째였다. 미국은 도서정가제 없이도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유명작가를 배출해 왔다. '영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지만 가격규제가 출판진흥의 만능열쇠는 아니란 사례다.
△책값 거품빼기가 주요 목표지만 가격은 도리어 오를 수 있다는 점, △제도 변경 전 대규모 세일에 따라 시행 직후 소비자가 느낄 가격인상폭은 실제보다 크다는 점, △규모 있는 출판사나 대형서점은 여전히 유리한 조건이어서 중소업체 육성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단통법으로 적잖은 혼란을 겪은 이후라 '혹시나' 하는 걱정은 증폭됐다.
하지만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법안을 직접 다룬 여야 의원들은 '제2의 단통법'이 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단통법은 사용자와 업계가 그 영향을 채 예상하기도 전에 통과됐고 휴대전화 시장과 출판시장의 성격도 다르다는 이유다. 반면 도서정가제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제출한 것부터 이해당사자간 입장 조율까지 상당한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현재 신간도서는 19%까지 할인할 수 있는데 이걸 10%로 대폭 줄이는 게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 원안이었다. 보다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요구한 중소서점이 반기는 일이다. 반면 고객이탈 등을 우려한 대형서점은 입장이 달랐다. 소비자로서도 당장 책값 상승이 뻔했다. 가격거품을 낮춰 궁극적으로 가격대가 낮아진다면 기대효과를 달성하는 셈이지만 시장이 기대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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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둘러싸고 지난해 2~8월 업계 자율협약이 진행됐다. 12월 교문위가 논의를 시작한 후에도 토론이 계속됐다. 조금씩 간극을 좁힌 결과 할인폭을 15%까지 인정하되 직접적인 가격인하는 정가의 10%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18개월이 지난 책은 출판사가 정가를 다시 매길 수 있게 했다. 새 정가는 최초 정가보다 낮아 사실상 할인 효과를 낸다. 제도가 정착되면 '할인이 당연하다'는 인식도 바뀔 것으로 기대됐다.
◇"장기적 안목에서 정가제 필요"…정착 여부 모니터링해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할인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가에 거품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은 "단기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 안목에선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여야의 지적처럼 어떤 제도든 시행 순간 혼란은 불가피하다. 대규모 세일 행렬도 예상됐지만 불법은 아니어서 막을 길은 없다. 조사 결과 책 1권당 평균 220원 정도 값이 오를 수 있고 그나마 법이 제대로 작동하면 장기적으로 책값 자체가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제2의 단통법 아니냔 우려를 예사로 넘길 수는 없다. 도서정가제건 단말기유통법이건 체감도가 매우 높은 정책이다. 인상폭이 단 몇 백원이라도 소비자의 지갑 사정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값비싼 휴대전화와 다르지 않다.
정부와 국회의 사후 책임감이 막중한 이유다. 법이 개정됐다고 저절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면 책값 인상, 소비자 후생 악화와 출판업계의 또다른 양극화란 부메랑이 날아들 수 있다. 개정법 시행 후 시장변화를 꼼꼼히 뜯어보고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은희 의원은 "가격 거품을 빼면서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리라는, 이상적인 측면이 있긴 했다"며 "시행 후 필요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16일 교문위 법안소위 주요 발언
▶박인숙(새누리)
"이것도 또 하나의 규제인데, 수치상으로 묶어놓으면 선의의 피해자도 있을 수 있다. 조금은 자유시장에 맡겨야 되는 부분도 있다."
▶강은희(새누리)
"박인숙 의원님 안에 동감한다. 다만 도서정가제가 확립이 안 되면 향후 주변에서 소형서점을 보기가 참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필요한 규제가 아닌가 한다."
▶유기홍(새정치)
"(박인숙 의원) 일리 있는 말씀인데...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자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인내를 갖고 합의한 결과다."
▶도종환(새정치)
"출판계, 유통업계, 소비자단체까지 다 모여서 서점, 출판계, 소비자모임 쪽도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과정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조정된 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겠다."
▶유은혜(새정치)
"그러나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상승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계속 논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도서정가제' 프랑스·독일은 하고 영·미는 안해, 왜?
21일 시행되는 개정 도서정가제는 해외에서도 나라별로 시행 여부가 제각기 다르다.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2002년 법을 마련, 2003년부터 도서정가제를 시행했다. 적용기간과 제외 대상 등의 예외범위가 넓어 실효성 논란이 지속됐다. 소비자 입장에선 '있는 듯 없는 듯' 하던 제도다. 그러다 할인폭과 예외 대상을 강력 제한하는 11년만의 변화가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18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출판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가제를 시행하는 주요 유럽권 국가와 정가제 시행 없이 자유시장에 도서 가격을 맡기는 영미권 국가 등으로 크게 양분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16개국(47%)이다.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다.

도서정가제의 대표국은 프랑스. 1981년 당시 문화부장관이던 '자크 랑'의 이름을 딴 '랑 법'으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는 도서정가제를 1953년 폐지했지만 할인 등을 앞세운 대형서점에 의해 출판·서점업 생태계가 교란된다고 판단, 정가제를 재도입했다.
현재 출판된 지 2년 내 도서를 정가제 대상으로 하고, 5% 이내 할인만을 허용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연구기관 등이 구매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9%까지 할인을 허용한다. 프랑스는 이외에도 올해 7월부터 온라인서점에서 할인판매와 무료 책 배송을 금지 시키는 '반 아마존법'을 시행하고 있다.
랑 전 장관은 입법취지에 대해 "어디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해 독서의 평등을 확보하고, 유통 체계의 집중화를 방지한다"며 "소수 출판물의 창작과 출판의 다양성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법률 없이 1888년부터 협약에 의한 정가제를 시행해 오다 2002년에 법제화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도 2001년 15%폭 이내에 도서 할인이 가능한 도서정가제를 입법했다. 출판·서점 업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도서 문화 확산이 정가제의 명분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의 영미권을 포함해 OECD 국가 18개국(53%)은 도서정가제가 없다. 도서 출판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한 결과다. 미국과 영국은 상위 20개 출판사가 전체 시장 매출의 97%를 차지한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세계적 온라인 서점이 크게 발전한 것도 영미권 국가가 기반이다. 이 때문에 중소 업체가 위축된 불균형 생태계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한편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도서정가제와 도서소비자의 편익' 보고서는 영미권의 이 같은 특징에 무게를 실었다. 특정 베스트셀러의 국가별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하니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가격 수준이 도서정가제가 없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높았다. 같은 책도 미국보다 프랑스에서 비싸게 사야 하니, 소비자에겐 도서정가제가 없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책값 확 뛴다? 할인 안 된다?…도서정가제 Q&A

10초도 안 걸리는 '책값 코드' 확인법이 있다. 가방이나 책장에서 아무 책(단행본)이나 꺼내보자. 뒷날개 또는 속표지에 바코드와 숫자가 조합돼 있다. 국제표준자료번호(ISBN)다. 13자리 숫자와 결합된 왼쪽 긴 부분을 지나 오른쪽 5자리 숫자를 보자.
이 뒷열 첫번호가 0이면 교양(인문사회), 1이면 실용서적이다. 이 차이는 책의 운명을 가른다. 교양서적(0)은 발행일 이후 18개월까지 할인률에 제한을 받는다. 반면 실용서적(1)은 지금껏 예외였다. 현행 도서정가제의 규정이다.
ISBN 코드의 차이는 출판계 가격 논란에 자주 등장했다. 세계적 고전이 된 문학작품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을 낸다. 어떤 것은 월등히 할인폭이 크다. 일부의 경우 한글판에 영어본을 첨부하고, '외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을 내세워 '교양서'가 아닌 '실용서'로 분류됐기 때문이란 게 출판계 설명이다. 경쟁 출판사로선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비슷한 책이라도 조건에 따라 할인율이 달랐다. 기습적인 할인행사가 시장질서를 교란시킨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완전한 도서정가제, 또는 지금보다 엄격한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단 요구가 높았다. 다른 곳도 아닌 출판업계에서다.
새로 시행되는 도서정가제에 대해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문답으로 구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산하인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를 참조했다.
-도서정가제가 처음 도입되나.
▶아니다. 2003년부터 이미 시행 중이다. 단, 앞서 예로 든 실용도서와 함께 가격거품이 큰 것으로 파악된 초등학생용 참고서 등은 정가제 예외였다. 개정법은 기존 예외 중 상당부분을 적용대상으로 포함했다. 도서정가제가 강력해진 것이다.
-시행 전 대규모 세일이 벌어지는 등 소비자가 혼란스럽다는 지적은.
▶대대적인 할인행사는 예견된 일이다. 이걸 규제할 수는 없다. 바뀐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흠집이 난 이른바 리퍼도서, 또는 전자책은 어떤가.
▶정가제 적용 대상이다. 종이책처럼 발행 후 18개월이 지나면 정가 변경이 가능하다.
-세트(전집) 가격은.
▶처음부터 세트(전집)로 기획된 출판물은 각 권의 가격 총합과 다르게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세트가 아닌 임의 결합한 묶음 상품은 제외된다.
-초등생 참고서값이 특히 많이 오른다는데.
▶초등 참고서는 2007년 도서정가제에서 제외된 후 가격이 대폭 오르거나 경쟁적 염가할인으로 가격 신뢰도를 낮춰 왔다. 도서정가제로 가격거품이 제거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할 때도 적용되나.
▶기존 도서관은 최저가경쟁 입찰방식으로 신간보다는 구간, 비교적 질 낮은 싼 도서를 구매하기 쉬웠다. 개정 정가제로 신간과 양서 등을 제공하는 양질의 도서관 서비스가 기대된다. 이를 위해 공공도서관 예산을 늘릴 필요는 있다.
-위반시 처벌은?
▶새 책을 싸게 파는 등 도서정가제를 위반할 경우 건수당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된다. 과태료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오를 수도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도서정가제 안내센터에서 문의나 신고를 접수한다.
신간 18개월간 할인판매 없다는데, 출판사 책값 인하할까

21일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출판사, 서점가, 소비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가제 시행으로 우선 책값이 인상된다는 것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출판사들은 줄어든 할인폭에 따른 독자 이탈을 염려한다. 개정안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뿐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죽어가는 동네 서적도 살리고, 줄어든 할인폭으로 질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자는 개정안의 ‘윈윈 전략’이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이후 구간(舊刊)과 초등학교 학습참고서 등 기존 도서정가제의 예외 부문 도서들까지 모두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무분별한 할인경쟁을 막고 소형 서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정 도서정가제는 갈수록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 이해득실에 따른 혼선 양상을 빚으면서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논란은 크게 4가지다.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값의 안정세를 실현할 수 있는가 △지역 서점이 동반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는가 △또 다른 변칙 할인 문제와 공급률 단가 통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신간이 구간으로 둔갑하는 편법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등이 골자다.
◇ 장기적 가격 안정성 ‘콘텐츠 질 상승’ VS 책값 상승으로 30% 판매 감소 우려
개정안에 공감하는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책값의 거품이 빠져 지금보다 낮아진 ‘현실적 정가’로 질 좋은 책을 구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더이상 할인으로 경쟁할 수 없으니 출판사들이 콘텐츠 질로 승부하게 될 것”이라며 “인지도 있는 출판사가 책 출고가를 내리면 다른 출판사도 영향을 받아 책값을 내려 장기적으로는 책값의 안정세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과도한 할인폭이 적용된 책 종류가 대부분 실용서 위주였다며 “일부 책들의 과도한 할인 경쟁률이 책 시장의 유통 질서를 흐려 책의 다양성을 죽였는데,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출판사 ‘사월의 책’ 안희곤 대표는 책값의 거품론을 인정하면서도 “정가제가 시행되면 당장 20~30%의 판매 감소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대표는 “종이값, 판권료 등 제작비가 상승하는 추세라 출고가를 큰 폭으로 낮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한국의 책 구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치’가 아닌 ‘가격’이어서 비싸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독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동네 서점 살리기?…편법 경쟁 막으려면 ‘할인률’ 없애야
그렇다면 동네 서점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할인율 15%로 묶어둔 개정안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환영의 의사를 표명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제주도의 한 소형 서점 대표는 “온라인 대형 서점들이 무료 배송이나 카드사 할인 등 또 다른 할인의 구멍을 만드는 편법들을 계속 쓸게 뻔하다”며 “정가제를 제대로 하려면 아예 ‘할인 불가’로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정가대로 판매하는데도 손님들은 여전히 책은 당연히 ‘할인’되는 것이라고 인식하는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동네 서점 중에서도 특히 영세 서점들은 규모차이가 나는 지역 서점끼리 연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할인율보다 공급률이 문제 “결국 이득은 대형 서점들이 독차지”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도서 한 권당 평균 구매 가격은 220원 증가하는 것(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분석)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지는 부담은 출판사의 공급률(서점에 납품하는 책의 출고가)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제작비 상승으로 출판사가 책값을 올릴 경우 서점에 책을 판매하는 공급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가격에 예민한 독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는 점에서 책값 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닌 셈이다. 특히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의 공급률이 제각각이어서 할인폭이 제한되더라도 출판사에 대한 대형 서점의 공급률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형서점은 출판사로부터 65~75% 정도의 공급률을 적용해 책을 받는다. 1만원짜리 책을 서점은 6500원에서 7500원 정도로 공급받는다는 얘기다. 이는 예술이나 디자인책에 국한된다. 일반 책의 경우 공급률은 55%로 더 떨어진다. 한 중소 출판사 사장은 “할인 행사 기간엔 30%까지 공급률을 요구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수요가 몰리는 온라인 서점으로 가면 상황은 더 비극적이다. 출판사가 1만원짜리 책을 동네서점에는 75%(7500원)의 공급률로 제공하지만, 온라인 서점에는 50%(5000원)로 공급하는게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 사장은 “공급률에서 무려 20%나 차이가 나는데, 공급률은 놔두고 할인폭만 제한하는 개정안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결국 이득을 보는 건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 뿐”이라고 했다. 한기호 소장은 이와 관련해 “책 시장은 과점 체제인 휴대폰 시장과 달리, 신간 단행물이 1년에 6만종이 나와 경쟁하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받기 쉽다”며 “원천적으로 유통 마진을 내리는 식으로 공론화해서 공급률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간의 재정가 정책…개정 도서정가제의 최대 '함정'
할인율 15% 제한이라는 규제 조치 뒤에는 '구간 재정가'라는 함정이 숨어있다. 신간이 18개월 뒤 구간으로 바뀌면 이 재고에 대해선 출판사들이 재정가 정책을 통해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1만원짜리 신간이 18개월이라는 시간만 견디면 5000원이든 3000원이든 출판사 입맛대로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고, 여기에 개정안에 따라 15% 더 할인된다. 이럴 경우 신간에 대한 구매력은 구간의 구매력으로 대체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
출판업계는 이 점을 주시하고 있다. 출판·유통 단체들은 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12일 구간 재정가와 관련해 "재정가를 무한정 내릴 수 없도록 30%이상 깍지 못한다"는 내용의 자율 협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출판업계의 자정 노력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소형출판사와 동네서점들이 온라인 서점들의 변칙 할인으로 입게 될 타격을 걱정하는 사이, 대형서점들은 고객 이탈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교보문고 진영균 대리는 “가격 때문에 독자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을까 가장 우려된다”며 “앞으로 할인이 아닌 북콘서트나 저자와의 만남 등 다른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파크의 정지연 과장은 “온라인 서점의 최대 장점인 할인이 막혀 아쉽지만 고매 등급별 혜택 등 기획을 통해 이탈 고객을 줄이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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