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입법, 여야 '철학의 충돌'…내년으로?

규제개혁 입법, 여야 '철학의 충돌'…내년으로?

김성휘 기자
2014.12.08 16:14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법안분석-규개위 권한강화 vs 자문기구화, 비용총량제 논란 등 험난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위원장, 김광림 규제개혁분과위원장, 이현재 공기업개혁분과위원장, 강석훈 간사가이 지난달 13일 국회에 규제개혁특별법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2014.11.13/뉴스1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위원장, 김광림 규제개혁분과위원장, 이현재 공기업개혁분과위원장, 강석훈 간사가이 지난달 13일 국회에 규제개혁특별법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2014.11.13/뉴스1

박근혜정부가 역점을 둔 규제개혁입법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규제개혁 관련법을 다루는 정무위원회는 하루 남은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를 넘겨 연말 임시국회에 특별법을 비롯한 규제 관련법을 재논의할 전망이지만 여야 입장차가 커 연내 입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현행 행정규제법을 강력한 규제개혁 특별법으로 대체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야당이 제출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과 한 테이블에 올려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3일 '국민행복과 일자리 창출·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했다. 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의 이한구 위원장, 위원회의 규제개혁분과 김광림 의원 등이 주도했다.

특별법은 규제비용총랑제, 네거티브‧일몰제 강화, 기존 규제의 평가 강화, 규제의 탄력적용 등이 핵심이다. 규제개혁을 법률과 제도로 뒷받침하고 규제개혁을 전문기관이 상시적・조직적으로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 규제신설시 기존규제 폐지-규개위 권한강화

정부는 특별법 마련 이전인 지난 8월 규제비용 총량관리제를 포함한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출했다. 규제신설에 따른 비용을 산출, 기존 규제를 없애 규제비용이 무한히 늘어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 규제비용총량제다.

특별법안은 몇가지 점에서 정부안보다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법 적용대상을 국회나 법원, 감사원 등 헌법기관으로 확대했다. '규제개혁' 화두에서 자유로운 기관은 없다는 판단이다. 단 이들 헌법기관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규제개혁을 강제하진 않고 자체 규제심사 기구를 구성하고 그 활동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국회에 제출된 규제개혁 관련법안 비교/머니투데이
국회에 제출된 규제개혁 관련법안 비교/머니투데이

대통령 직속이지만 비상임위원으로만 구성됐던 규제개혁위원회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한 상임위원 3명 직책을 신설했다. 국무총리 산하에 위원회 사무국을 두도록 했다. 대통령이나 국회에 규제개선 의견을 낼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규제영향이 큰 경제주체의 부담은 보다 적극적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를 위해 규개위가 소관 행정부처장에게 소상공인·중소기업 규제부담은 줄이는 방안을 도입하라고 권고할 권한을 명시했다. 규제개선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던 정부의 행정지도도 국민불편을 불러오는 '그림자 규제'로 보고 청구 대상에 포함했다.

이 특별법은 행정규제기본법 폐지안과 패키지다. 기본법이 담고 있는 내용을 특별법이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구조다. 계획대로 되면 지금의 행정규제기본법은 사라지고 규제개혁특별법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규제개혁은 뜨거운 논란이 된 공무원연금개혁, 공기업 개혁과 함께 여당의 경제혁신 핵심 과제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특별법안에 "박근혜정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할 만큼 관심이 각별하다.

반면 야당안은 정반대다. 새누리당이 실질적 권한을 주려고 하는 규개위는 자문기구로 바꾸고 규제총량제에도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여권이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사실상 규제완화에 나섰다며 이 경우 필요한 규제도 무분별하게 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규제폐지 일변도 안돼"…규개위 권한축소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개정안은 현행법상 규제법령에 대한 법정 심사기구인 규개위를 임의 자문기구로 바꾸도록 했다. 이 경우 규개위 권고가 각 부처에 미치는 구속력이 현저히 약해진다. 규개위 회의록도 작성, 공개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규제개혁위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2012년 정부 또는 지자체 지원을 받는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에 대해 부패방지법을 적용하려는 부패방지법 개정안을 규개위가 삭제 의결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민간위원 15명 중 과반인 8명을 사학 교원으로 채우는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 중립적인 규제판단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규개위가 대기업 편향이라고 본다.

같은 당 김기준 의원은 현재 규제영향평가를 규제 신설에만 적용하고 규제 완화·폐지엔 적용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폐지시에도 그 필요성이나 영향을 검토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정무위엔 이처럼 시각이 제각각인 정부안, 여당안, 야당안(김기식·김기준 의원)이 모두 올라 있다. 방향이 정반대인 법안이 충돌하면 어느 쪽 내용으로도 통과가 쉽지 않다.

물론 야당 법안에도 약점이 있다. 자문기구로 역할을 축소하는 경우 각 부처가 최종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이 경우 직접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규제영향분석서 작성에 객관적인 규제편익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규제폐지에도 영향분석을 실시하면 각 부처의 행정편의주의적 입장이 강화될 거란 시각도 있다.

법안심사 소위원장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현행 행정규제기본법이 유명무실하니 (특별법으로) 강화하자는 것인데, 현행도 (규제개혁 추진에) 법적근거가 미약하다고 야당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부가 답변을 잘 못했다"고 "만만치 않겠다"고 밝혔다.

김기식 의원은 "규제개혁은 국민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데 규개위는 권한만 있을 뿐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저의 개정안은 (새누리당과) 완전히 철학이 다른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무위원회는 정기국회에 합의가 가능한 사안만 통과시켰다. 규제영향평가시 중소기업이 받는 영향도 고려하도록 법에 명시한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만 지난 3일 법안소위원회를 거쳐 5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성휘 국제부장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브뤼셀), 미국 워싱턴DC 대학과 싱크탱크를 현지에서 경험했습니다. 주요국 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 다룹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 기업, 벤처스타트업 씬을 취재했습니다. 인터뷰와 제보, 서평 요청을 기다립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