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외길 공직으로 43년을 지냈다. 김영삼정부, 김대중정부, 그리고 이명박정부 초기까지 공직에서 일한 경험으로 제가 드릴 말씀은…"
16일 국회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첫 국정자문회의.
김진표 의장의 발언 요청에 머뭇거리던 원로인사들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쓴소리'를 시작으로 그간 쌓아둔 말들을 쏟아냈다.
전 전 장관은, 김 의장이 '혈죽(血竹)'이라고 소개하며 발언을 요청하자 작심발언을 했다. 야당이 진영논리에 빠져있고, 정책도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정당이라는 질책이었다.
그러나 '쓴 소리'를 넘어 실효성 있는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첫 회의라는 점을 감안해도, "43년 공직생활 경험"을 거듭 강조하고, 과거 자신의 경험 일부가 "신문 사설에 실릴만큼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고 말하는 등의 대목은 '내가 왕년에~'로 시작되는 훈계를 떠올리게 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원로들도 비슷했다. 한 인사는 "싸가지없는 정당"이라고 야당을 몰아세웠지만, 종국에는 "국민을 위해야 한다"는 원론적 대안을 냈다. "과거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을 이상한 집단으로 만들었다"는 후배 공무원들의 불만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정자문회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헌 31조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과거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시절 국정자문회의를 둔 적이 있지만, 야당으로서 자문위원을 만들고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20여명의 자문위원들은 김 의장이 삼고초려해서 부른 이들이다. 그만큼 면면도 화려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윤증현씨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자문단을 꾸리는데 성공, '대안정당'으로서의 변신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첫 회의를 지켜본 느낌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내가 왕년에~'로 시작해 '야당 정신차려라'는 질책 외에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자문을 하지 못한다면 '흘러간 인사'들의 '컴백무대'이상 의미를 갖지 못할 수 밖에 없다.
회의에 참석한 정세연 전 통일부 장관은 "여기 계신 분들은 저를 포함해 다 60대 이상이고, 다 옛날사람들이다. 노(老)만 있지 중년도 없다"며 "청년들도 자문위원회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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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을 추억하고, 목소리만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주는 실무형 '국정자문회의'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