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29세에 알프스를 넘어 로마군과 첫번째 대결을 한다.
그는 전투를 앞두고, 카르타고 병사들을 모아놓고 자식대까지 세금을 면제해주겠다고 선언했다. 대부분 속주출신 용병이었던 카르타고 병사들은 귀가 번쩍 뜨여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갔다. 조세감면은 용병도 춤추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이에 앞서 로마가 시칠리아를 장악하고, 카르타고가 지배하고 있던 지중해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역시 세금이 있었다. 로마는 교육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속주민이라 할 지라도 세금을 면제해줬다.
질 좋은 인력을 공급하는데 필수적인 의료와 교육같은 분야는 사회가 치러야 할 필수 비용이기 때문에 세금을 물려선 안된다는 생각은 근대 조세체계 성립이전부터 뿌리 깊은 것이었다. 월급쟁이들이 한해 동안 낸 세금을 다시 계산해서 ‘필수 경비’에 대해 돌려받는 연말정산은 사회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세원칙이 깔려 있는 셈이다. 정부가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정책수단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생색내기용’으로 비과세 감면을 끼워 넣으면서도, 전체 세수는 늘어나도록 하는 묘기를 보이려다보면 자꾸 제도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말이건, 사회의 제도이건, 복잡해지는 건 뭔가 좋지 않은 징조다. 숨길 게 많거나, 그때 그때 상황 봐서 때우거나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면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홍보부족을 질타하기도 했다.
홍보가 부족했다는 말은 일부만 맞는 말이다.
역진성을 개선해 조세형평성을 높인다는 세법개정의 취지가 애초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역진성개선’이 진정한 목표였다면 소득공제를 줄이는 대신 빈곤층에 대한 세액공제 액수는 그만큼 높였어야 한다. 실제로는 하위계층의 근로소득공제까지도 축소됐다).
세제개편으로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돈을 토해내는 월급쟁이라면 ‘중산층’이 아니라 ‘중상층’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에서는 부자증세를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무작정 ‘13월의 폭탄’이라고 비판할 일도 아닌 것이다.
이런 걸 다 인정한다 해도, 옆 사람은 우산을 쓰고 있고 나만 비를 맞는다는 소외감이 워낙 크기에 사회적 공명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월급쟁이 주머니보다 더 커 보이는 법인세에 대해선 “증세는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게 정상으로 보일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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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몰이 예정됐던 기업 조세특례항목 53개 중 7개 항목만이 종료됐고, 그나마 6개 항목은 새로 생겼다. 정부가 비과세 또는 감면해준 세금은 32조9810억원에 달한다. 세수확대를 위해 기업들에 대해 세무조사 고삐를 죄던 전임 국세청장은 느닷없이 경질돼 기업들에 대한 ‘거위털 뽑기’가 쉽지 않은 걸 암시하기도 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지출은 가장 직접적인 수요창출이라는 점에서 '퍼주기, 포퓰리즘'이라고 만 폄하할 일은 아니다. 또, 국민들의 높아진 복지 눈높이가 세출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만으로 감당이 안된다면, 돈을 더 걷는 수 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큰 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함선을 만들거나,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고 ‘리터지(Liturgy)’로 불린 기부금을 걷었다. 이들의 기부금은 사회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였다. 리터지가 잡음 없이 굴러갈 수 있었던 두가지 원칙은 ‘공감’, 그리고 ‘지불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