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지난 26일 편집국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자신을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헬기충돌 이재민이라고 밝힌 한 독자가 기자를 찾아 호통을 쳤다. 23일 기사[이재민 숙소, 강남구는 '호텔' 의정부는 '군대'…왜?]가 '선동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독자는 사고 당시 강남구청이 이재민 임시거처로 특급호텔을 마련해 준 데 대해 "부자동네라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사고 가해자인 LG전자가 호텔 비용을 냈기 때문에, 의정부 화재의 경우도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오토바이 주인이 5성급 호텔에 이재민을 재워줄 능력이 됩니까? 안 되잖아요?"
사실 의정부 화재사건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받는 오토바이 운전자는 100명이 넘는 이재민의 호텔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이재민들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텐트생활을 하다 개학을 앞두고 군부대로 자리를 옮겼다. '3일내 제대로 된 임시거처 마련'을 약속했던 의정부시는 눈을 감았다.
독자의 말대로 아이파크 이재민 호텔 비용은 LG전자가 낸 것이 맞다. 그러나 호텔 마련은 강남구가 해줬다. 8가구 32명의 이재민들이 사고 발생 몇 시간 만에 인근 특급 호텔로 이동한 것은, 구청 직원들이 아파트 로비에 앉아 부지런히 전화를 돌린 결과다.
국가적 재난 시 사고 가해자의 '능력'에 따라 이재민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개인이나 기업에게 사후 비용을 청구할 수는 있어도, 1차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주거의 보호를 책임지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인 때문이다. 의정부시청과 강남구청이 나선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해당 기사에선 이재민에 대한 우리나라의 주거 지원이 제각각인 점을 지적했다. 다시 강조하자면 이는 현 '긴급복지지원법'이 취약한 때문이다. 법은 화재 등으로 인한 이재민 주거지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지원 주체를 중앙정부가 아닌 시장·군수·구청장으로 정했다. 지원금 규모도 명시하지 않았다. 또 다른 관련법인 '재해구호법'은 이재민을 자연재해 피해자로 한정해 화재 이재민은 해당조차 되지 않는다.
전화를 한 독자는, 현재 의정부 화재 이재민들이 군부대에서 불편하게 지내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억울하다'거나 '가해자가 능력이 없어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