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헝거게임' 정개특위](종합)

국회의원들의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지난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내년 총선 룰을 정하기 위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내주에는 구성을 완료할 계획인 19대 국회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을 어떻게 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여야는 원칙적으로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구 의원들을 배제하기로 해 위원 구성도 주목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11일) 양당 원내지도부간 회의에서 지난 3일 본회의를 통과한 정개특위 구성을 내주에 완료하고 활동을 개시키로 했다. 정개특위는 여야 동수로 20인으로 구성하기로 되며 활동 기한은 올 8월 31일까지다.
정개특위 구성은 이날까지 안갯속이다. 여야는 정개특위 내주 활동 개시를 위해 주말까지는 위원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말까지는 전체 명단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 조정 대상이 되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참여가 현재로서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가 원칙적으로 이들 의원들의 특위 참여를 배제시키는 것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위원장 선임도 관심이다. 이번 정개특위 위원장은 국회 관례에 따라 여당인 새누리당 차례다. 특위 위원장이기 때문에 3선 이상 중진들이 맡게 된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만 10여명이다. 당직이나 상임위원장 등을 맡고 있지 않는 다수의 중진들이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무위원이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은 4선의원으로는 이병석·이주영·정병국·송광호·심재철·이한구 의원 등이 3선으로는 강길부·김정훈·서상기·안홍준·장윤석·한선교·정두언 의원 등이다. 이 중 서상기·한선교 의원은 인구 상한 초과, 장윤석 의원은 인구 하한 초과로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구 의원이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개특위 위원 구성은 최대한 이번주 안에 마무리 할 계획"이라면서 "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원들이 자천 타천으로 10명 된다. 선거구 조정대상 의원들도 배제해야 하는 상황 등 당내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개특위에서는 지난해 헌재의 선거구 조정 결정에 따라 선거구 획정 문제가 핵심 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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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간의 인구비례를 3대1에서 2대 1로 줄여야 한다고 결정했고 60여개의 지역구가 통폐합 대상이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선거구 획정을 정개특위가 좌지우지 해버리면 문제가 되겠지만, 반대로 법안을 본회의에 올려야 하는데 정개특위 안거치고 가는 것도 현실성이 있겠냐"며 "선거구 획정을 정개특위에서 해야 할지 여부를 한쪽에서 치우쳐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고차방정식' 선거구 획정…내친김에 제도까지?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현행 3대 1인 선거구별 최대·최소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조정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46개 지역구 선거구 가운데 62개(지난해 9월 기준)를 조정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 문제는 여야를 초월해 현역 의원들의 '앞날'을 결정할 가장 민감한 이슈다. 이들의 지역구가 아예 공중분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어 합구(통폐합)해야 하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의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 문제는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는 공직선거법 제25조에 따라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해 획정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인구와 행정구역에 의존해 국민의 평등권과 지역 대표성이 훼손돼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구 획정 때마다 농촌 인구의 감소로 별개의 선거구였던 지역이 합쳐져 하나의 선거구가 된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선거구 획정은 지역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주민의 선거에 대한 참여를 떨어뜨린다. 이에 헌재 결정 이후 농어촌 의원들은 지난 2월 인구수 하한 편차와 관계 없이도 선거구를 획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발표하기도 했다.
◇선거구 획정…결국 '밥그릇 전쟁' 때문?
선거구 획정이 쉽지 않은 것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전쟁'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원안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경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초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설치 구성하고, 선거구 획정위 안을 국회 정치개혁특위 심의·의결 절차 없이 가부만 여부만 결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고 △ 국회의장은 제출받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법률안으로 부의하며, 국회가 수정해 의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같은달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정하는 '게리멘더링'(gerrymandering)을 할 수 없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에 두되 외부 추천을 포함해 위원을 구성하고 △국회가 선거구획정안을 수정해 의결할 수 없게끔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친김에 '선거제도 개편'까지…중대선거구·도농복합선거구는 뭐?
선거구재획정을 하면서 아예 선거제도를 재편하자는 주장도 거세다. 한 선거구에서 한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대량 사표 가능성 △양대 정당화를 통한 국소정당의 배제 △지역주의 심화 문제점 등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정당의 정치적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와 도농복합선거구제 등 대안이 제시돼 왔다.
중·대선거구제는 현재의 지역구를 통합해 한 지역구당 2인 이상(2~3인 중선구거제, 4인 이상 대선거구제)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적용한다면 헌재 결정에 따른 선거구 간 인구불비례 상황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특정정당 우세지역에서 군소정당의 당선도 가능성도 높아진다.
도농복합선거구제는 대도시엔 2인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소도시나 농촌은 1인을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적용하면서 지역구 숫자를 줄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의 경우 현재 의석이 갑·을로 나뉘어 각각 두 개다. 이를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 3명을 뽑으면 도시 의석이 하나 준다. 그러나 그만큼 비례대표를 더 뽑을 수 있고, 도농 간 의석 격차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난 2월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개 권역으로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총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고 이들을 권역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19대 국회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대신 의석 수를 2대 1의 비율(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로 권역별로 할당하고,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르면 각 지역에 할당된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는 늘어나지만, 현행 246개 중 46개 지역구는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이밖에도 중앙선관위는 적은 표차로 패배한 의원의 경우 비례대표로 뽑는 석패율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을 대상으로 오픈프라이머리(전국동시 국민경선제)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정개특위 구성결의안 본회의 통과…향후 논의 전망은
국회는 지난 3일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한 정치개혁특위 구성결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면서 내주부터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개특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여야 각 10명씩(새누리당 10명·새정치연합 9명·비교섭단체 1명) 모두 20명으로 구성하되 선거구 변경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는 특위에서 배제된다.
특위 활동 기한은 8월31일까지로 정해졌다. 선거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규정한 국회법에 따라 헌재는 지난해 말 현행 선거구 위헌 여부를 결정하면서 관련 법을 오는 12월31일까지 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특위 위원장과 위원조차 선정하지 못하면서 국회가 기한 내 개정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정치권은 선거를 단 44일 앞둔 시점에서 선거구를 획정했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면서 후보자와 유권자가 소통할 시간이 충분히 없었다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밥그릇 전쟁’ 선거구 재획정, 누구 손에?

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재편을 앞두고 정치권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외형적으로는 객관적인 외부 기관에 결정권을 주자는 입장이지만 의원들의 ‘밥그릇’이 걸린 일인 만큼 원내·외에서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헌법재판소는 선거구별 인구편차인 현행 3대 1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대 총선에서는 지금의 선거구가 대폭 재편돼야 한다.
새판을 짤 주체가 누구냐 부터가 논란거리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통해 국회가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과 권한에 관한 공직선거법 규정도 모두 국회 소관이다.
게다가 공직선거법 24조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국회는 존중해야 하지만 '수용에 대한 의무'는 없다.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자신의 이해가 달린 '게임의 룰' 직접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치권도 대외적으론 주도권을 외부로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야 정치개혁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일임하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11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정치인의 참여가 제한돼 있다. 국회에서 안을 최종적으로 만드는 것 보다는 객관적일 수 있고, 의원들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이를 조정하는데도 외부 기관이 유리하다는 논리다.
양당 혁신위원회는 이를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 결정안을 국회가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할 지 거부할 지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선거구획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통해 “선거구 획정위의 결정안의 권한을 규범적 규정이 아니라 독일 사례처럼 최종안에 대해 가부 결정권만 부여하는 방식을 따를 필요가 있다"면서 "최종안의 법적 권한을 존중하는 방법을 명시해 이해관계자의 자의적 개입 여지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을 혁신위 안대로 외부에 실제로 맡길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개특위 구성부터 난항이다. 의원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하는 탓이다. 외부에 결정권을 준다면 굳이 이렇게 치열하게 특위에 들어가려고 할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 몫인 위원장에 10명의 후보가 물망에 오르고 있고, 위원 자리를 두고 치열한 물밑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2월 주례회동에서 선거구 변경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 의원은 특위에서 원천 배제한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지난달 26일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과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은 선거구 조정 대상 의원들을 정개특위에 포함시켜 줄 것을 각당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다.
여기에 충청권과 강원권 등 헌재의 판단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지역에서도 지역대표성 훼손을 명분으로 ‘의원석 사수’에 힘을 싣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 선거구 개편에서 이해당사자가 포함됐을 경우 합의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원천 배제로 뜻을 모았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선거구 결정에 이해 관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을 막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만능키' 국회의원 정수 확대…'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선거제도 개편 논의와 맞물려 국회의원 정수 확대론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지역구 의석수 증가와 비례대표 확대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란 주장에서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 앞에서 정치권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크다.
이건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용자(勇者)'를 자처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정의당 정치똑바로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 300명에서 360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구 수는 240석(현재 246석)으로 조정하되 비례 의석을 120석(현재 54석)으로 2배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선거제도 개편안처럼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2대1로 조정했다.
그러나 현행 300석 의석 유지를 전제로 한 선관위 개편안(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을 46석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비례 의석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작용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구 재획정에 따라 늘어나는 지역구 대신 비례 의석을 줄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정의당과 같은 제3당에게 오히려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더 절실한 상태다.
심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역구 조정을 통해 늘어나는 의석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해서 300석을 유지하자는 퇴행적인 주장이 나오고 있다"라며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더 낮추자는 것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뒤에 숨어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방안이다. 선거구 재획정을 통해 통폐합되는 지역 의원들의 반발을 의석수 확대로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확대와 관련해 온도차가 있다.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독일식 정당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석수가 127석에서 103석으로 줄고 비례 의석수는 25석에서 32석으로 늘어나 전체 의석수는 17석이 줄어든다. 민주통합당도 전체 의석수는 127석에서 110석으로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다. 즉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 확대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서는 제1당과 2당이 큰 재미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의석(국회의원 정수)을 늘리는 것도 첩첩산중이지만 독일식이 아무리 좋다고 해봐야 새누리당이 제일 많이 손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되겠느냐라고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상당한 상태에서 비례 의석을 주로 늘리는 방식의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야당에 유리한 방식"이라며 "차라리 현행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의원들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기득권을 지닌 여야 정치권이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정수 확대에 나서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욱이 선관위가 현재 국회의원 300명의 정수를 유지하는 개편안을 제시한 마당에 정치권이 이를 주장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국회의원 수는 늘리되 세비 삭감 등의 노력을 통해 전체 입법부 예산은 현재 수준으로 동결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다.
이와 함께 선거제도와 상관없이 현재 국회의원 수가 민주주의 발전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 국회의원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인구, 국민총생산(GDP), 정부예산, 공무원수 등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한국 국회의원 정수는 약 330~360명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대한 국민적 반대 정서 때문에 그동안 정수 확대를 꺼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정수 300명이 한계? 해외보다 오히려 적어
20대 총선 선거구 개편 등 민감한 이슈를 다룰 정개특위 가동을 앞두고 의원 정수가 달라질 지 관심을 모은다. 국제비교 결과 19대 국회 현재 300명인 의원정수는 10~20% 늘릴 여지가 있는 걸로 파악되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다. 국회의원을 더이상 늘려선 안 된다는 심리적 마지노선 때문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의원 숫자와 의원 1인당 국민 숫자 모두 비슷한 규모의 국가들보다 적은 편이다. 인구와 경제규모,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입여부 등 비교가 될 만한 나라를 추려보면 독일 하원 598명, 프랑스 하원 577명, 의회정치 본산인 영국 하원은 650명으로 한국보다 많다. 이탈리아는 상·하원 합계 1000명에 육박하는 945명, 호주는 양원 합계 226명이다. 캐나다는 선출직인 하원만 308명이다.
양원제 국가 가운데 상하원 모두 국민이 직접선출하는 나라면 양원 합계를, 영국처럼 상원이 명예직 또는 종신직이거나 간접선출·임명하는 곳이면 하원만 비교한 것이다.
상하원 모두 직선인 미국은 상원 100명·하원 435명 등 535명, 일본은 참의원(상원) 242명·중의원(하원) 480명 등 722명이다. 유럽 단원제 국가로는 스웨덴 349명, 덴마크 179명 등이다. 영화 '300'의 무대인 스파르타 지역을 포함하는 지금의 그리스는 한국과 같이 300명이다.
직선의원 1인당 인구비율은 한국이 1인당 16만5930명으로 독일 13만6000명, 프랑스 11만3000명, 영국 9만6000명, 이탈리아 6만4000명보다 높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국회의원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의원 1인당 인구 58만명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 국회의원이 인구 대비 적은 것이어서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은 인구가 3억2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의원 1인당 17만명으로 우리와 비슷한데 총인구는 1억2000만명이다.
새정치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의 한상익 연구위원은 "인구 1억이 넘는 미·일과 5000만명 정도의 한국을 단순비교하긴 무리"라고 말했다.
미국도 의원정수 논란을 겪었다. 지난 100여년간 하원 435석이 고정된 이유다. 미 의회는 원래 10년마다 인구를 반영해 정수를 조정했다. 그 결과 1789년 65석이던 것이 1910년에는 435석으로 늘었다.
그러다 1920년 정수조정에 실패했다. 북부 산업지역 주에 이민자들이 급속히 증가하자 이들 주에 배당되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를 놓고 찬반이 대립했다. 끝내 10년마다 의원정수를 조정한다는 규정도 고쳐야 했다. 이후로도 인구 센서스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의원정수 논란이 벌어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 여론도 의원정수 증원에 부정적이란 해석이다.
의원정수를 구하는 공식은 있을까. 미 학자인 타게페라와 슈가트가 1989년 공동연구로 내놓은 공식이 대표적이다. 이를 한국에 단순도입하면 적정선은 400명 가량이다. 국민총생산(GDP)·공무원 숫자·문맹률 등 국내사정을 고려해도 학자에 따라 적게는 306명, 많게는 379명까지 '적정선'으로 제시한다. 단 적정선 공식은 주로 영미권 국가의 사례를 종합, 결과적으로 도출한 것이어서 맹점이 있다. 인구가 많은 제 3세계 저개발국에 기존 식을 대입하면 의원정수가 급증한다.
해외사례를 비교한 학자들은 의원정수가 늘어야 의회권력 참여자를 늘리고 기득권화를 방지해 대의민주주의가 제몫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국민들에게 정수 증가는 특권층 확대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대선 기간 의원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는 주장이 정치개혁의 상징처럼 제시됐으나 대선 이후엔 수면아래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