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파문' 진영, 침묵 깬다…'혁명적 개혁' 배수진

'기초연금 파문' 진영, 침묵 깬다…'혁명적 개혁' 배수진

김태은 기자
2015.03.20 09:05

[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상반기 중 정치철학 담은 책 발간

[편집자주]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관심사, 경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 의원의 경쟁력과 정치적 미래,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을 어떻게 '사용'해야 우리 사회가 한걸음 나아가고 우리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분야별 '파워분석'을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새누리당 의원)이 오랜 침묵을 깨고 그동안 담아뒀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기초연금 파문'으로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나 국회로 돌아온 지 2년 만이다. 국민들 앞에 들고 나올 메시지는 개혁, 그것도 '혁명적 개혁'이다.

진의원은 올 상반기 중 자신의 정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정치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처해있는 구조적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 과제들에 대한 구상을 담는다.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국회가 먼저 나서야 할 일들과 평소 소신을 밝혀왔던 분권형 개헌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도 포함할 예정이다.

복지부 장관 사퇴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던 청와대와의 갈등설 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개발 실무를 총괄하고 복지부 장관으로서 국정운영에 참여했던 경험 등에서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녹여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첫해 청와대를 등진 그에겐 '항명'과 '배신'의 꼬리표가 붙었다. 기초연금 대선공약에 대한 소신과 양심을 저버리지 못해 장관직을 던졌다는 점에서 정권의 '순교자'로 비춰지기도 했다. 이제 '혁명적 개혁'으로 배수진을 치고 처음 정치권에 뛰어들 때 꿈꿨던 '깨끗한 사회'에 다시 도전장을 낸다.

[그의 사람들 → 진영은 왜 이회창·박근혜를 선택했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회창과 박근혜를 선택했지만 종국에 스스로 그들을 떠났다. 이회창 전 선진자유당 총재와 박근혜 대통령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청렴하고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단호한 이미지로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실망을 안겨줬다는 점이다.

진 의원은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별보좌역을 맡아 정계에 입문했다. "판사 시절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알았던 게 바로 정치"였지만 "그렇게 알도록 만든 정치판을 확 바꿔야겠다고 생각"해 기존 정치와는 달리 깨끗하고 바르다고 판단된 이회창 총재와 함께 정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은 이 총재에 대한 그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진 의원은 다른 정치인들처럼 불법 대선자금에 같이 손을 담그는 대신 이 총재와 결별을 택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직을 던져버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연금은 물론 정치 개혁 분야 등 대선 공약이 잇따라 파기되고 일련의 인사 과정에서 부정부패 문제가 간과되는 모습 등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됐을 듯하다.

진 의원이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델로 삼고있는 것은 18세기 영국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다. 윌리엄 윌버포스는 1784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노예제도 폐지운동을 이끈 개혁적 보수의 상징적 인물이다. 또한 귀족의 특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윌리엄 윌버포스는 진 의원 자신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 상(像)인 동시에 그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정치인의 기준이기도 하다. 한국의 '윌버포스'는 누가 될까.

[그의 한마디 → "복지부 장관으로서 한계와 무력감을 느껴왔다"]

지난 2013년 9월 25일 복지부 장관직에서 물러난다는 사퇴의 변.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의 앞날을 예언한 한마디가 됐다.

진 의원이 복지부 장관을 사퇴한 것은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다. 그는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으나 복지부 장관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사퇴가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결심했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정치를 그만둘 것을 각오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진 의원처럼 물러나지 못한 장관들은 비록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퇴임을 맞아서야 "솔직히 이 자리는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고 자조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조차 "당 대표인 나도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장관이 있을 정도로 장관들의 존재감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한탄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경직된 소통 방식이 장관들을 대통령 지시사항이나 받아쓰는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지적에서다. 장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이양하지 못하고 청와대 몇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시정하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진 의원이 복지부 장관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자동적으로 설명이 된 셈이다.

[그가 꿈꾸는 나라 → '혁명적 개혁' 일으킬 김영란법 세상]

진영 의원은 정치권 입문 당시부터 일관되게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지도층부터 이를 시행해야 하며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리 사회에서 '혁명적 개혁'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월 임시국회 때 김영란법 처리를 지지했으며 향후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 제외 조항을 삭제,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정청탁으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이로 인해 인재가 성장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진 의원은 지적한다.

진 의원은 "원래 김영란법이 없어도 부정청탁 문제 없이 잘 돌아갔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부정부패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가 우연히 터진 것이 아니다. 국회가 혁명적 개혁에 나서 올바른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 어쩌면 이재오보다 강성 개헌론자]

국회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더불어 분권형 개헌에 가장 강한 신념을 지닌 정치인이다. 분권형 개헌이 이재오 의원에게 우리 정치의 '만병통치약'이라면 진영 의원에겐 "개헌 외엔 길이 없다."

그는 개헌을 통해 우리 사회가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나가도록 분권화를 위한 시스템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권위주의를 넘어 민주화의 가치 실현이 시대정신임에도 현재 권력구조와 정치제도가 이에 걸맞지 않아 우리 사회에 구조적 문제점들이 파생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진 의원은 "개헌을 넘어 민주적 가치를 얼마나 관철시키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시기가 언제가 됐든 미래를 위해 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워드 → 안행위원장]

진 의원은 복지부 장관 사퇴 후 약 반년 간의 자숙기간을 보내고 나서 국회 안전행정위원장으로 공식활동을 재개했다. 그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속에서 상임위원장의 전범(典範)을 보여주며 여야 모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상임위를 운영하면서 진 의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공평성이다. 여야 양쪽을 기계적으로 오가는 것이 아니라 야당에게 보다 발언 기회를 많이 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상임위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야당 편만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당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진 의원은 "그것이 공평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 기능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야당을 좀더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성과 함께 합리적인 판단력으로 여야를 아우르지만 때론 송곳같은 지적과 엄중한 질책을 소관 부처에 쏟아낸다. 여당일지라도 국회가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 속에 박혀있다. 뼛속까지 의회주의자인 그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다.

[요주의 → 보다 과감한 행보 나서나 ]

이른바 '비박(비 박근혜)'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정치적 보폭을 넓히기 한결 수월해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내내 '은인자중'이 지속되면서 비주류 이미지가 너무 강해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내 중도개혁의 정치적 포지션을 선점했다. 진 의원이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발의한 '사회적 기업법'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전매품이 됐다. 의회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분권형 개헌은 여당 내에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소통 문제에 경종을 울린 상징성을 지녔다.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강단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책임 정치의 가치를 일깨우는 적극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프로필]

△1950년 전북 고창 출생(63) △서울대 법학과 △워싱턴주립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사법시험 17회 △17·18·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한나라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국제의회연맹 집행위원·부회장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안전행정위원장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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