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士'자의 전쟁: 변호사 vs 세무사·변리사](종합)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본격적인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주는 제도를 없애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어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단체들의 치열한 대국회 로비전이 예상된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7)이 대표 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7일 시작되는 4월 임시국회에서 조세소위가 열리면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게 된다.
과거에도 변호사에게 세무사, 변리사 등 다른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은 다수 발의됐으나 대부분 법조인 중심으로 채워진 법사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표 발의자가 법사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이 개정안은 변호사 자격증이 있을 경우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법상 세무사의 자격은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와 변호사 자격자에게 주어진다. 기존에는 공인회계사에게 세무자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조항도 있었으나 2012년 법 개정과 함께 삭제됐다. 국세 행정 분야 10년 이상 근무 등 일정 조건을 채운 세무공무원에게도 세무자 자격을 주던 제도는 1999년 세무사 1차 시험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의원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경우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변호사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세무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권영진 기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거나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게 되는 것은 자격사 명칭을 배타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국가자격시험제도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점 등에서 이 개정안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권 전문위원은 그러나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도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실익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세무사회는 이미 개정안에 대한 찬성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세무사회는 '1자격시험 1자격취득'이라는 전문자격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변호사에 대한 세무자 자격 부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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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법안들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한변협은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상임위 회의에 직접 참석해 발언하거나 개별 의원들과 접촉해 설득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법조인들을 양성할 수 있게 된 만큼 세무사나 변리사에 못지 않게 세무 또는 특허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도 앞으로 많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vs 세무사·변리사…서로 "우리가 전문가"

변호사의 세무사·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 폐지 법안을 놓고 이해당사자인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세무사회, 대한변리사회는 저마다 '전문성'을 앞세우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변협은 변호사가 모든 법률사무를 포괄하는 고도의 법률전문가라는 점을, 세무사회와 변리사회는 그들이 각각 세무, 지적 재삭권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변협 "우리가 더 전문적…세무사·변리사 불필요"
변협은 세무사나 변리사보다 포괄적으로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있는 전문자격인 변호사가 원래 담당해야 하는 사무 가운데 일부를 떼어 특수한 전문직 자격자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 지금의 세무사와 변리사라는 입장이다. 원래 변호사의 업무였던 만큼 변호사 자격자가 세무사나 변리사 자격을 자동취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변현은 세무사와 변리사의 경우 대부분 기술적이거나 행정 절차적인 업무만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문성이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복잡하게 얽힌 지적 재산권 문제나 국제 조세소송 등에서는 법률적 쟁점을 파악하고 합당한 자문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는 것이다.
변협은 세무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조세 분야의 법률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별개의 자격으로 전문성도 떨어지는 세무사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변리사 제도를 운용하기보다는 변호사 중 지적재산권 분야에 전문적인 연수를 거친 이들을 대상으로 지적 재산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변리사회·세무사회 "변호사, 전문성 떨어져 혼자선 못해"
세무사회는 자신들이 세법 뿐 아니라 회계학, 재정학, 상법 등 조세 관련 전문 분야에서 검증된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운다. 조세 소송에 유리한 쟁점과 과세요건 등에 정통한 것은 변호사가 아닌 세무사라는 것이다. 변호사가 세법에 관한 충분한 전문성 검증없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면 납세자들이 피해를 입을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세무사회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제도가 '1자격시험 1자격획득'이라는 전문자격사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과거에는 세무사 숫자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세무사가 충분히 배출됐다고 강조했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 세무사회에 등록된 회원은 약 1만명에 달한다.
한편 변리사회는 지적 재산권 분야가 일반 변호사들이 다룰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양회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변호사 시험과 변리사 시험이 각각 7~8과목이 있는데 이 중 겹치는 건 민법과 민사소송법 단 2개 과목"이라며 "이것을 매개로 변호사 자격자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거꾸로 변리사 자격이 있을 때 변호사 자격도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변리사의 업무가 더 이상 변호사의 일반 법률사무 영역에서 다루지 못할 만큼 전문화돼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 회장은 "지적 재산권 중에서도 핵심인 특허권 분야를 취급하려면 기술을 이해할 기본소양이 있어야 하는데, 변호사 자격을 가졌다 해서 기술을 이해할 소양이 생기지 않는다"며 "현실에서 특허 관련 소송을 할 때 변호사가 단독으로 특허분쟁 소송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이어 "특허권 소송에서 변호사가 복잡한 과학기술을 설명할 역량이 부족해 변리사들이 뒤에서 설명이 적힌 '쪽지'를 건네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변호사 '세무사·변리사' 자격 유지, 법사위 율사들 때문?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를 없애려는 매번 국회에서 가로막혔다. 그 중심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있었다.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엔 율사 출신 의원들이 많은데 이들이 변호사 이익단체들의 압력에 못 이겨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법안들이 아예 법사위에 가기도 전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에게 세무사·변리사 자격을 자동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변리사법·세무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꾸준히 논의돼 왔다. 2003년 법사위에선 회계사·변호사에게 세무사 명칭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되 세무사 자격은 계속 부여하는 내용으로 법안이 수정 통과됐다.
이후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이 같은 변호사의 세무사·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조항을 삭제하는 안을 3대(17~19대 국회)째 발의해왔다. 17대 국회에는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을지언정 관련 논의는 활발했다. 그러나 18~19대에선 법사위는 커녕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기획재정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변리사법은 세무사법 통과와 연동해 처리하자는 의견이 강해 그간 국회 논의는 세무사법 개정안 위주로 흘러왔다.
2007년(17대 국회) 당시 재정경제위원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세무사자격 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변호사 및 회계사시험 합격자에게 세무사자격을 부여하거나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자격사 명칭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국가자격시험제도의 기본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격 검증을 통해 부여된 각 자격사의 전문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선택권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개정안은 그해 재경위 조세법안 등 심사소위를 통과, 같은 해 12월 원안으로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듬해 2월 법사위 소위에서 두차례 논의됐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회기가 끝나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첫번째 소위에선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부당한 특혜라는 찬성 의견과 세무사의 업무 자체가 변호사 업무에서 파생된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두번째 소위에선 별다른 논의 없이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는 말과 함께 보류됐다.
2009년(18대)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다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오른 뒤 조세소위에 회부됐지만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또 계류됐다.
그해 2월23일 열린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소위 위원장이었던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법안을 낸 이 의원에 대해 "용기 있는 변호사다"라고 평했다. 그러나 당시 소위 위원이었던 이종구 전 의원은 "법사위만 가면 변호사들이 다 안 된다고 해 버리니까"라고 했다. 당시 나성린 의원은 "이것은 양쪽 의견을 다 들어 봐야 한다"며 "잘못하면 중간에서 우리가 피 터진다"고도 했다.
결국 최 위원장은 "일단 계류하고 여차하면 통과시키자"고 했고, 백재현 전 의원도 "언젠가 의결해 준다는 전제 하에 계류시키는 것"이라며 동의했다. 그러나 결국 이 법안은 이후 단 한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후 해당 개정안은 그해 연말까지 조세소위에 11차례나 더 상정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또다시 회기를 넘겼다.
변리사법 개정안의 경우 17대인 2007년10월 처음 발의됐다. 다음해인 2008년 2월 산업자원통상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됐지만 법사위에선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후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 위원장은 재선에 성공한 뒤 같은 해 8월 18대 국회에서 같은 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같은 해 12월3일 지식경제위에 상정돼 법안심사 소위로 회부됐다. 그러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또 다시 임기만료 폐기됐다.
그해 12월11일 열린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개정안은 변리사들에게 특허침해소송에서 공동대리권을 부여하는 법안과 함께 논의됐다.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는데 법사위에 가게 되면 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주승용 의원), "이것이 상임위 (전체회의)에 가서 부결이 되고 법사위에 가서 뭉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해주는 게 맞다"는 의견이 오갔다. 그러나 끝내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달 12월 19대에 발의된 변리사법·세무사법 개정안은 각각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기재위는 지난 2월 세무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조세소위에 회부했다.
"석사 학위만 따면 세무사"?…세무사의 역사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가진 건 1961년 세무사법이 제정됐을 때부터다.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에 세무사 제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무사 시험은 커녕 세무사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국세청도 1966년에야 창설됐다. 그 전까지는 재무부 사세국이 조세행정을 도맡았다. '세무사'라는 개념이 처음 공론화된 건 1958년 재무부 사세국 실무자들이 '세무대리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군부가 주도하는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들어선 뒤에야 세무사법이 제정되고 세무사 제도가 도입됐다.
첫번째로 실시된 세무사고시의 합격자는 불과 4명이었다. 부족한 세무사의 수를 채우기 위해 제정 당시 세무사법은 세무사 자격을 광범위하게 인정했다. △변호사 △계리사 △세무사고시 합격자 △상법, 재정학, 회계학 또는 경영경제학 박사 또는 석사 학위자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으로서 상법, 회계학, 재정학, 조세론 또는 경영경제학을 1년 이상 강의한 자 △상법, 회계학, 재정학 중 1과목 이상을 선택해 고등고시에 합격한 자 △고등학교 이상의 졸업자로서 국세 또는 지방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통산 10년 이상 근무한 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이 주어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법에 변호사와 계리사가 세무사고시 합격자보다 먼저 적시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변호사 등 1064명에게 세무사 자격증이 한꺼번에 교부됐다. 그러나 실제로 세무사로 등록해 활동하는 이는 371명에 그쳤다.
이후 세무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충분한 인력이 갖춰지자 세무사 자격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1972년 세무사법 개정을 통해 세무사 자격자는 △세무사시험 합격자 △국세 행정에 10년 이상 종사하고 3급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 △변호사 등으로 좁혀졌고 여기에 공인회계사가 추가됐다.
이 같은 형태로 27년간 이어지다 1999년 국세 행정 공무원도 세무사 자격자에서 제외됐다. 이후 국세청 또는 기획재정부 세제실 등 국세 행정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에게는 세무사 1차 시험 등이 면제되는 혜택이 대신 주어졌다.
이어 2012년에는 공인회계사까지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대상에서 제외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세무사 자격자에는 현재 세무사 시험 합격자와 변호사만이 남게 됐다. 현재 한국세무사회에 등록된 세무사 회원은 약 1만1000명에 이른다.
변호사 '세무사·변리사' 자격, 외국은 어떤가 보니…

변호사가 세무사의 자격을 갖는 곳은 비단 우리나라 뿐이 아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도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세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다수의 국가가 특허변호사 또는 변리사 제도를 두고 있어 특허출원 및 소송 등의 변리사 업무에 대해선 제한적으로만 업무를 허용하고 있다.
24일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독일 등도 한국과 같이 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세무사 자격을 자동적으로 부여하도록 돼있다. 영국의 변호사는 세무사 시험을 통과해야 세무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이 발급되지만 변호사들에게는 시험과목 일부를 면제해 주고있다.
미국의 경우 세무사와 유사한 '등록대리인'(Enrolled Agents) 제도를 두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자격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세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되 국세청에 대한 특정 업무에 대해선 등록대리인이 전담하도록 한다. 등록대리인이 되기 위해선 국세청에서 실시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지만, 변호사 자격증만 소지하고 있어도 이 같은 권한을 갖는다.
미국 변호사 역시 국세청에 제출하는 필수 서류 작성 및 제출, 국세청과의 협의, 조세소송 및 상담 등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시험을 통과한 등록대리인은 연방정부에 의해 자격이 주어지며 재무부(Department of Treasury)에서 자격증을 발급받는 것과 달리 변호사는 각 주의 변호사협회에서 자격을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캐나다와 프랑스의 경우 세무사에 대한 별도의 국가공인자격제도가 없어 조세전문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이 세무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특히 조세소송의 경우 변호사에게만 소송대리권이 주어진다.
독일의 변호사 역시 세무관련 법률 소송 등 세무 업무를 겸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가 관련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한편 특허 출원, 상표권 분쟁 등 변리사 업무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제한된 권한을 갖고 있는 편이다.
미국의 일반 변호사는 특허소송과 관련, 모든 법원에 대해서만 대리권을 갖는다. 별도로 특허변리사(Patent Agent)제도에 합격해야 특허청에 대해서도 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 다만 상표권 소송 등에 대해선 별도의 절차없이 업무가 가능하다.
영국의 경우 변호사와 변리사 업무가 사실상 분리돼있다. 영국의 변호사는 보통 '법정변호사'(Barrister)와 '사무변호사'(Solicitor)로 분리되는데 원칙적으론 이들도 특허출원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따로 시험을 통과한 변리사들이 특허출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특허 관련 소송이 있을 때 특허변호사가 일반변호사를 보좌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일반변호사가 법률문제를 담당한다면 특허변호사는 기술적인 문제를 취급하는 식이다.
독일의 특허변호사는 특허청의 행정처분에 대해 특허법원에 항소할 수 있는 대리권, 특허무효심판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대리권을 갖는다. 그러나 특허, 의장, 상표 등에 관한 침해 소송은 보통 특허법원이 아닌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취급된다. 이 때 일반변호사에게는 대리권이 부여되지만 특허변호사는 참가할 권리만 부여받는다.
프랑스의 역시 특허 관련 소송시 특허변호사가 일반변호사를 돕는다. 특허변호사는 법원에 대한 항소, 가처분, 금지명령 등을 대리하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왜 변호사 되면 바로 세무사·변리사되나? 특혜 없애야"

"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별도의 취득 절차가 있는 변리사·세무사 자격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도록 합니까? 그건 과도한 특혜 아닌가요?"
변호사 출신인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에서 3대째(17~19대 국회) 변호사의 변리사·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제도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 위원장이 꾸준히 발의해 온 개정안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변리사·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도록 규정돼 있는 조항을 각각 삭제하는 내용이다. 17대 국회에선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18대에선 소관 상임위조차 넘지 못했다. 이번이 3수째인 셈이다.
이 위원장의 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한변협은 지난달 15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지적 재산권과 세무 분야에 관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변호사 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이어 "만일 개정안이 변호사를 변리사법와 세무사법에 규정된 업무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한다면 중대한 문제"라며 "이는 변호사법 제3조와 충돌할 뿐 아니라 지적 재산권과 세무 분야에 관하여 국민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논리적 비약"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변호사면 변리사·세무사 자격증이 없어도 변리사나 세무사가 하는 일 중에 법률적 사무는 당연히 할 수 있다"며 "그것은 그것대로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변호사에게 그런 조세 법률 관련 능력, 지적 재산권 관련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관련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조세·특허 분야에서 얼마나 법률 지식이 있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자격증이 없어도 업무수행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원들보다도 이익단체인 변협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그들과의 공감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 개정안을 절대적으로 막겠다고 나선 후보도 있었고 일부는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저희 사무실에도 와서 항의했지만, 당선된 하창우 변협회장은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세무사 자격증을 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논리로 세무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세무사에게 국세와 지방세에 관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백재현 의원 대표발의)이 현재 국회 기획
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는 "세무사가 소송대리를 하고 싶으면 세무사도 별도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당연히 변호사도 변리사·세무사 업무를 하고 싶으면 변리사·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포그래픽] 변호사 vs 세무사·변리사…'士'자의 전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