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청·친박 "파국 막기 위해 사퇴해야"…비박도 부글부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여권의 내홍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과했지만, 청와대 기류는 주말이 지나서도 여전히 냉랭하고 친박(친 박근혜)계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현 지도부를 받치고 있는 비박계의 생각은 복잡하다. 당청 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한다는 현실론도 있지만 청와대와 일부 친박계에 휘둘려 당이 뽑은 원내대표를 교체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고 내년 총선이나 대선을 봐서도 도움이 되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가 증세, 복지 등 주요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낼 때마다 내부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국민연금이나 국회법 개정안과 연계시킨 것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 연계 과정에서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그리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을 두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인식이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이어졌다. 유 원내대표가 집권 여당의 원내 사령탑으로 현 정부의 성공을 돕기보다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거다.
청와대에서는 이 일로 조윤선 정무수석이 사퇴했고, 나아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당에서는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며 부글부글 끓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게 사과 한마디 한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되물으며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대로 가면 국정 동력을 상실해 성과 없이 잔여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내 권력지형 변화를 통해 차기 총선 등에 대비해 당 장악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는 거다.
유 원내대표를 지목했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여당 의원들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 19대 초선 의원들 상당수는 사실상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 공천권을 행사했고, 유세 지원에 나섰다. 그런데 집권 기간 동안 당내 권력의 눈치를 보며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이들 역시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신의를 버린 정치인’에 해당된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투표로 심판해달라고 얘기했다.
박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유 원내대표는 당장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해 청와대는 물론 당내 친박계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청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거부하면 의원총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집단 당무거부, 나아가 집단 사퇴까지 감행할 태세다. 그러면 김무성 현 대표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여당으로서는 최악의 사태 전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유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현실론이다. 대권을 생각하는 김 대표로서도 원치 않는 시나리오로 봉합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을 김 대표 스스로 인식하고 있을 거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결국에는 김 대표 역시 박 대통령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거란 게 청와대의 친박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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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청와대의 예상대로 사태가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친박계의 세가 크게 위축되는 등 당내 권력 구도가 예전 같지 않은 탓이다. 박 대통령 발언 후 열린 의총에서 사실상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는 어렵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비박계 의원들이 적지 않다. 한 비박계 여당 관계자는 "당에서 뽑은 원내대표를 대통령 마음에 안든다고 바꾸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해 추가 언급을 내놓을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