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메르스' 추경, 민생경기 살린다더니…SOC에만 대거 배정

'가뭄·메르스' 추경, 민생경기 살린다더니…SOC에만 대거 배정

이미영 기자
2015.07.03 16:53

[the300] 도로·철도 등 장기사업 예산 80%…가뭄도 댐 건설 예산 외엔 없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가뭄과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직격탄을 맞아 침체된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투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막상 예산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밝힌 취지가 무색하다. 전체 예산의 80%이상이 기존에 해오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편중됐다. 경제난을 막기위한 시급한 조치도 찾아보기 어렵고, 당장 급박한 가뭄 대책 부문에서도 장기적인 댐 건설 예산이 잡혔을 뿐 긴급한 예산 편성을 찾아보긴 어렵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제출받은 국토교통부 추가경정 예산안에 따르면 국토부가 이번 추경을 통해 더 받은 예산은 총 1조4377억원이다.

이중 도로와 철도 부문에 추가로 편성된 돈이 각각 3996억원, 8207억원으로 전체 추경예산의 약 84%에 달한다. 총 6767억원의 추경예산 가운데 도로·철도사업에 전체 74%(도로 4533억원, 철도 500억원)이 투입됐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비율·총액 모든 면에서 대폭 예산이 늘었다.

도로·철도 사업 대부분이 장기사업이라 추경 예산을 실제로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점도 문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목적인 추경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결정적 이유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성산~담양 고속도로. 포항~삼척 철도건설, 부산~마산 복선전철 등 추경예산이 편성된 사업 상당수는 올해 완공이 불가능하다.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 추경 예산을 즉각 집행하기 어렵다. 차라리 이번 예산을 본예산에서 편성해줬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이번 추경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 집행이 어려워 올해 추경에 편성된 예산 절반도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극심했던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추경예산 편성안도 실망스럽다. 국토부는 수자원 관리 명목으로 1824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산은 섬진강댐, 평화의댐, 운문댐 등 6개 댐의 치수능력을 끌어올리는 사업에 편중됐다. 이번 가뭄 사태에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제 물이 필요한 곳에 원활하게 물을 공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댐은 홍수조절기능은 높지만 실제 물 공급능력을 증대하는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또한 정작 물 공급 능력을 키우는데 직결되는 지방하천 정비에는 노후저수지 개보수(408개소) 및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 사업 명목으로 350억원이 추가되는데 그쳤다.

국토위 야당 관계자는 "문제는 물을 저장하는 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급할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홍수조절기능이 대부분인 댐에 사업 예산을 몽땅 투입하는 것은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주택기금에서는 2만1000가구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주택기금에서 6435억원이 추가 예산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여야가 임대주택을 더 공급하기 위해 추가하기로 했던 예산이다. 당시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원회의 일정 문제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반영됐다.

국토위 관계자는 "보통 추경을 하게 될 경우 3~4월에 시작해 그 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번 추경은 시기가 늦어 집행이 되더라도 8월에서야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 예산을 무리한 곳에 투입하기 보다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곳에 투입해야하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추경이 아무래도 경기 부양의 신호를 줘야하는 만큼 정부에서는 무리하게 추진했을 수도 있다"며 "그래도 각 부처의 내부 사정이나 추진하는 사업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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