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불출마의 정치학④]의원 개개인은 열정·소신...당 논리에 말려 활동 제약

"내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무것도 몰라도 정책만 잘 세우면 된다고 해서 들어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지난 18대에서 금융권 전문가로 비례대표가 된 A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금융권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18대에 입성했지만 19대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는 정치권을 훌쩍 떠났다. 정책 전문가로 영입됐지만 당론에 의해 자신의 의사가 관철되지 못하고, 비례대표 '돈 공천'설까지 나돌면서 정치에 신물을 느꼈다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느냐'고 묻자 그는 "가끔 자문이나 할 뿐, 특별한 일 없이 집에서 쉬고 있다"며 "정치 뉴스도 안보고, 그래서 머리 아픈일도 없이 잘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과의 인터뷰로 인해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은 물론, 본인임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도 달지 말아달라며 단도리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나는 정치와 맞지 않고, 정치할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는 말을 여러번 되풀이했다. 임기 4년동안 전문능력을 발휘하기에는 정당중심의 정치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얘기였다.
그는 "목전에 있는 정권창출만 쫓는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며 "대부분의 국민이 행복해하는 길을 갈 때 결과적으로 국민의 응원을 받아 정권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치인들은 비웃을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A 전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소속 당과의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금융질서를 지키기 위해 소비자의 책임도 있다는 소신을 내비쳤지만 정당은 오로지 선거의 영향만 분석했다"며 "사건이 발생하면 정당은 인기영합주의에 따라 움직인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권을 획득해 원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런 정당 활동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에 생면부지인 그 역시 국회에 입문해서 본 국회의원 개개인에게서는 '열정과 소신'이 느껴졌다고 했다. 특히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 강도는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의 논리에 휘말리면서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 반감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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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치인을 인정하는 게 딱 하나 있다"고 말했다. '말도 안되는 일을 해가면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관철해나가는 힘' 그게 정치인의 파워라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국회에 남아 있는 과거의 동료들에게 아집을 내려놓으라고 충고했다.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짧은 한 두 마디로 왜곡을 양산한다"며 "뭐든 자기가 하지 않으면 안되고, 뭐든 자신이 맞고, 이래선 안된다"며 정치권의 내려놓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