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선진화법' 이대로 물려줄 것인가

[기자수첩]'국회선진화법' 이대로 물려줄 것인가

이하늘 기자
2015.12.01 06:02

[the300]

30일 오후 진통 끝에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이 통과됐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여야는 쟁점법안 및 예산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4년 전이라면 과반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이 '직권상정', '날치기' 등을 통해 법안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쟁점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국회 과반(157석)을 차지한 여당이 법안을 강행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법안은 최루탄 투척사건 이후 폭력국회를 막기 위해 여당 쇄신파 및 야당 온건파 의원들이 뼈대를 만들었다.

이 법은 통과 직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2년 4.11 총선 직전까지 압승을 예상한 야당은 법안 처리에 소극적으로 임했다. 당초 선진화법 처리에 적극적이던 여당은 반대로 총선 승리 이후 입장을 바꿨다. 원칙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법이 적용된 19대 국회에서도 선진화법으로 인한 공방은 계속됐다. 여당은 쟁점법안 처리가 지연될 때마다 "야당이 선진화법을 무기로 민생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는 "(선진화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선진화법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입장을 바꿔 '립서비스', '위선'이라는 표현을 쓰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야당도 선진화법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산안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법정시한인 12월2일정부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될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수정동의안'이라는 편법으로 막판 초읽기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여당이 (합의가 안되면) 예산을 정부여당안으로 가겠다고 으름장 놓고 있다. 3일째 잠을 못자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물론 선진화법은 여야가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하지만 선진화법으로 인해 여당과 야당 모두 '정치력 상실'의 좌절을 맛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대로 간다면 19대 국회가 20대 국회에 물려줄 가장 골치아픈 유산인 셈이다.

선진화법을 보완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선진화법의 규정대로 의원 18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야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킬 수 없다. 5개월여 남은 19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선진화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대화와 타협으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게 다음 국회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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