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서비스산업법,' 보건의료'만 빠지면 OK?

[뷰300]서비스산업법,' 보건의료'만 빠지면 OK?

배소진 기자
2015.12.28 08:32

[the300]

2014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서비스산업발전 기본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 김현수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사진=뉴스1
2014년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서비스산업발전 기본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 김현수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사진=뉴스1

"우리 청년들이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최대 69만개 생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11월 10일 국무회의, 박근혜 대통령

"이미 7~8년째 발목잡힌 법이다. 이런 법이 대체 어디 있느냐."-12월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합의한대로 의료·보건 제외한다고 하지 않으면 동의 못한다."-11월 9일 기재위 경제재정법안심사소위원회,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여야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서비스산업발전법)의 현재상황을 '3줄요약'하면 위와 같다. 대통령이 연일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부총리는 언성을 높여가며 법안통과를 요구하고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1년, 기재위 최대 현안은 서비스산업발전법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상정된 후 국회가 열릴 때마다 법안심사대상에 포함됐지만 논의는 항상 제2조 '정의'에서 막히며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서비스산업의 범주에 '보건의료'를 포함시킬지를 두고 앵무새처럼 했던 말만 되풀이하는 통에 끝까지 다뤄진 적이 없어 법안 뒷부분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다.

이 법은 목적과 정의로만 이뤄지지 않았다. 총 27조까지 있는 조항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및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지, 서비스산업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 등의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과연 이 중에는 여야 이견이 생길만한 부분이 전혀 없을까.

법안은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기획재정부 산하에 두고 기재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 등 당연직위원과 10인 이내 민간위촉위원을 포함해 30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는 민간위촉위원을 20인 이내로, 위원회 재적위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서비스산업 정책결정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민간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속도감'을 중시하는 정부 입장에선 껄끄러운 부분일 수 있다.

기재부 산하에 위원회가 반드시 속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야당은 한 때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기획재정부의 하위 부처처럼 인식되고 실제로 그렇게 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국회에 제출토록 해야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다른 법안의 논의를 보면 이런 사안의 경우 대체로 국회는 사전보고, 정부는 사후보고 또는 단순제출로 의견이 갈린다.

서비스산업 기반조성을 위해 △중점 육성 서비스산업 등 선정 △창업지원 △세제지원 등 △서비스산업 국외진출 지원 △서비스산업 전문인력 양성 △서비스산업 전문연구센터 지정 등 △서비스산업 인식 개선 등과 같은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있다.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내용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했고, 비용추계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지원을 투입해야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75만개(혹은 69만개, 혹은 35만개)의 청년일자리가 생기는지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의 영역으로 돌아가보면, 서비스산업 중 보건의료만 제외한다고 해서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은 것은 아니다.

진보교육단체에선 서비스산업발전법이 교육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고 이윤창출을 독려할 경우 국제학교와 같은 '귀족학교'가 늘어나고 공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 비판한다. 유통분야에서는 대형유통업체 위주의 산업진흥책으로 인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즉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엔 중소상인을 위한 안전장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철도·항공·선박 등 여객운송 분야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방향으로의 발전계획 수립을 위해선 이를 단순히 '서비스산업'으로만 봐선 안된단 주장도 제기된다.

물론 논의 주체인 여야는 이견이 큰 보건의료 포함여부만 해결되면 나머지 세부적인 사안은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하니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법은 수많은 이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구속력을 가졌다. 법의 대상을 나열할 때 '…등'이라는 한 글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도 엄청나다. 해석하기에 따라 많은 것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조항 한 줄에도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연내통과를 주장한다. 남은 시간은 5일 남짓. 보건의료 분야만 해결이 되면 당장이라도 의사봉을 두드릴 기세다. 해를 넘겨 임시국회로 시기를 연장한다 해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정성들여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여야 모두 수십만개의 청년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 의료영리화의 포석이 될 수도 있는 이 법안의 파급력을 인식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회를 보고있자면 '쟁점법안'이라는 이유로 되려 국회 법안소위와 상임위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등의 모든 절차를 건너뛰려는 건 아닌지, 주고받는 '정치놀음'에만 이용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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